같은 질문을 최근 서로 다른 네 분께 받고 보니 그냥 써놓는게 낫겠다 싶어 포스팅.
요구 분량은 200자 원고지 200매. 다시 말해서 A4 용지로 한 25장, 30장도 나오지 않는 분량. 라이트노벨로 1/3권 조금 안 될 분량이고, 요즘의 두꺼운 라이트노벨;; 기준으로는 1/4권으로 볼 수도 있을 분량.
그냥 대충 보기에는, 이슈노벨 공모전(지금은 대원 소설상)은 분명히 말해서 시드나 다른 라노벨 브랜드의 공모전에 비해 요구 분량이 턱없이 적은 편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히려 쉽게쉽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는 것 같지만, 솔직히 길게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정해진 분량 안에 기승전결을 다 넣어서, 논리적 점프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사실 더 어렵다. 아니, 정말 어려웠다. 공모전 하나 붙어서 빡에 피도 안 마른, 아니, 그것도 공모전에서도 무슨 대상 금상 받은 것도 아니고 듣보잡한 편집부상 하나 겨우 받은 네가 뭔데 공모전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냐 할 수도 있기는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 대원에서 “라이트노벨”로 공모전을 하여 결과가 나온 것은 이슈노벨 공모전이 유일하고, 어쨌건 현재까지 그 공모전의 당선작 중 책으로 나온 것은 두 종에 불과하지 않은가. (B愛노벨에서 “돌맹 연필과 연애담”이 작년에 단행본으로 나왔다. 또 하나는 내 소설, “월하의 동사무소”고.) 그러니 자려고 이불 깔았는데 며칠 간격 사이로 같은 질문을 받지.
한권씩 분량 끊는 법에 대해 좀 찾아보느라고 판갤과 시드 쪽 포스팅, 게시판 등을 구경해 보니 시드 공모전의 당선작가 분들은 편집부에서는 이런 소설을 원한다고 친절하게 제시까지 해 주신 듯 하지만, 불행히도 이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_-+ 이슈노벨은 로맨스 요소가 강한 라이트노벨 위주로 나온다고 들었고, 1회 공모전 요강에서도 무려 “하늘빛 사랑” 운운하여 광고의 헤드카피에 붙어있던 “간지나는” 만큼이나 나를 좌절시켰는데, 어쩌다가 동사무소가 간택이 되었는지 나는 진짜 모르겠다. 1권의 그것, 이…… 책을 내기 위해 로맨스 요소를 추가한 것이라면 믿겠느냔 말이다. 아아, 대체 내가 어쩌다가 당선이 된 거야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립…..)
그렇다고 “공모전 요강에 나온 것과 상관없이” 쓸 수도 없는 일이지만. 아닌 말로 네크로맨스 이영도님께서 시드에다가 수많은 좀비들이 바라고 기다리는 물마새를 투고하신들, 편집부의 방향과 맞지 않는데 거기서 나올 것 같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그런 게 나온다면야 황가에서 나오겠지 설마.)
하여간 글은 알아서 쓰는 것이고, 투고할 때에는 잡지에 있는 응모권을 꼭 오려서 붙여야 할 것이고. 그런 것은 내가 떠들어 본 들 소용없는 이야기니 패스. 여기서는 당선된 이후에 책이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짧게 설명할 거다. 이슈노벨 공모에서 대원 소설상으로 확대가 되기는 하였지만, 어쨌건 한 공장 제품이니 그쪽에 흥미가 있으셨던 분들께 참고가 되면 좋겠지.
당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방근무 하고 주말에 집에 올라오던 길이었다. 대원에서 전화가 왔고, 원고를 메일로 다시 한 번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뭔가 당선이 되었군 하고 생각하였는데, 그 다음 주에 다시 연락이 왔다. 대상도 우수상도 가작도 아닌, “편집부상”이라는 못 들어본 상이었다. 뭐, 당선되면 버벅거리는 컴퓨터 업글해야지 하던 불순한 생각을 좀 하고 있었지만 그건 일단 GG. 일단은 가능성을 본 것이니까 트레이닝을 받아보라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정말로 아침저녁 두유만 먹고 살 만큼 없던 살림에;;;; 귀신 책을 사다가 옆에 쌓아놓고, 말씀하신 대로 매달 원고를 일정량씩 보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니까, 월하가 8급을 달 때 까지 2년동안의 이야기로 하기로 정하고 시기에 따라 에피소드를 끊었다. 일단 초반 에피소드에 넣을 귀신들과 사용할 수학공식들을 정하고 여러가지 준비를 했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고, 에피소드를 3개인가 4개 보낼 때 까지 직장인인 나는 편집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글을 보내면 메일이 왔는데 주로 뭐 이러저런게 늘어진다, 고쳐라, 마음에 안 든다 그런 게 좀 왔다. 그러면 다음 에피소드를 보낼 때 그 전 달에 쓴 것을 수정해서 같이 보냈다. 어쨌건 직장인은 바쁘다. 황금새 쓰면서 매일 A4용지 5장씩 글을 쓰거나 퇴고하거나 하는 버릇을 들이지 못했으면 아마 기회가 왔어도 못 잡았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인천으로 다시 발령을 받고 조금 안정이 된 뒤, 오전에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일찍 끝날 일이 있어 그날 오후에 대원에 약속을 잡고 찾아갔다.
물론 인사도 드려야 했고, 갈 목적도 있었다. 하나는 동사무소하고, 또 생각하고 있는 다른 소설의 시놉시스를 보여드리기 위해서였고.
또 하나는, 앞으로 트레이닝을 어느정도 더 하게 되는 것인지, 이렇게 하는 것이 언젠가 책으로 나올 수는 있는 것인지, 그런 것이었다. 사실 만화 공모전 당선되신 분들의 경우 당선된 만화 자체가 책에 실리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심리테스트나 중간중간 기사에 들어가는 컷그림이나 그런 것 등등을 하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소설은 뭐 어떻게 될 지, 먼저 당선되신 분의 후기도 없었고 기타등등 그랬다. 그랬던 관계로.
가서 놀란 것은 막상 당선된 사람들이 원고를 잘 보내지 않는 것 같더라는 비극적인 사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출간될 희망이 있다는 것.
“그러니까 성실하게 하세요.”
“예……;;;;;”
일단 기약은 없었지만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정리하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여섯번째 에피소드를 써서 보내려던 어느 날.
“1권 준비하세요. 분량은 A4 용지로 90매 정도.”
그러니까, 두권 분량 가까이 저축이 된 상태로 1권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흔히 여기저기서 들리는 통조림, 메롱, 그런 단어들을 생각하면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좋은 방법일 수도 있었다. 하여간 그 동안에도 계속 매달 25일 전후해서 글을 보냈고, 속편은 1권이 팔리는 것 봐서 나가기로 했다. 그래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으니 일단 1권 안에서 이야기가 완결이 되게 끊어야 했다. 로맨스가 시시껄렁해진 것은, 1권과 2권이 서로 연결은 되지만 각 권이 모듈로서 독립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 잠깐! 거짓말 아냐! 거짓말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당신;;;;; 아무리 황금새에서 주인공들이 같이 베드인 하는 데만 8메가를 쓴 해명이라고 해도 여기서도 그러지는 않아요! (끌려간다)
하여간 그 과정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를 잠깐 설명하면
1. 황금새를 쓰느라 만연체도 한참 만연체가 되어 있던 문체가 정리되었다. 과도한 묘사를 정리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황금새의 글투가 희한해지는 불상사를 겪었으나, 1년쯤 황금새와 월하와 광염을 같이 써 대었더니 정리가 되더라.
2. 어쨌건 책이 나오는 시점에서 1권 이상이 세이브되어 있으니 통조림이 될 위험이 없다. 아니, 신인 주제에 통조림 될 짓을 했다가는 바로 매장이겠지만. (훗)
3. 앞서 이야기했듯 길게 쓰는 것은 근성이 있으면 쓰지만, 30페이지 안에 이야기 하나를 기승전결 꾸미려면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원래 기승전결에 세부사항까지 얼추 정하고, 황금새의 경우는 주인공들의 부모가 태어난 시점부터 손자녀가 어른이 되는 시점까지 연표를 다 꾸며놓고 쓰고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 하나하나의 모듈을 응집도 높게 쓰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객체지향적인가……)
그리고 안구에 습기차는 이야기도 소개하면
지금까지 1년 넘도록, 들은 평은 90% 이상, “성실하다”는 것이다. T_T
물론 “재능이 있다”가 아니라 “성실하다” 앞에서 좌절했다는 사실을 좀 밝혀둔다.
음, 물론 출판사에서 일해본 1년 9개월의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에도 성실한 번역자/저자의 존재는 중요하다. 하지만 번역자나 기술서 저자와 달리 소설을 쓰는 사람이면 무릇 통조림을 당하고 편집부에 쫓기고 여관방에 감금되어 군만두만 먹으며 글이 안 나와 괴로워하다 갑자기 꽂힌 마감신님의 강림으로 척척척 글을 써 내는 쪽이 훨씬 더 천재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나…… 물론 나도 예전에 잡지에 컴퓨터 쪽 글 쓸 때도 그렇고, 분명히 마감신이 계시는 것 같기는 하지만.
내 경우는 남이 정해준 마감이 25일이면 마음속 마감은 20일이여;;;;; -_-+
잠시,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라는 회한이 가슴 속을 채우고 사라진다. (어, 어이!!!!)
하여간.
만화잡지의 경우도 보통 공모전 당선작의 경우 서울문화사 쪽이 연재 시작 빠르고 대원은 단편을 한참 하고 나서야 연재 들어가는데 그것도 단행본 한권 세이브 해야 시작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은 트레이닝 받으라고 전화 받고 나서 구글님의 도움으로 찾은 내용이다. (어디어디의 만화 공모전 카페의 글이었을 걸. 밑에 공감이 꽤 많이 붙어 있었다.) 그러니 그런 것을 보더라도, 일단 당선이 되고, 자기가 인내심을 갖고 성실하게만 할 수 있으면 얼마 남지 않은 대원 소설상 공모전도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는 거다……
대원 공모전에 바라는 것? 글쎄, 일단 당선되었을 때 혹은 낙선했을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지면에 심사평이 좀 올라왔으면 한다는 것 정도일까;;;;; T_T 이슈노벨 공모전 때는 총평도 짧아서…… 하지만 그 외에는 괜찮았다. 어쨌건 일단 당선이 된 글을 버리지 않고 계속 쓰게 만들고 다듬게 해 주셔서 결국, 책도 나오지 않았느냔 말이다. (게다가 동사무소가 나왔더니 망둥어…… 도 뛰는 게 아니라 황금새도 이북으로 나오게 되었고.)
이상.
ps) 나한테 시드노벨 공모전에 대해 묻지 말고, 그건 해당되시는 분께….. 시드노벨 편집부 이글루에 문의하세요;;;;;
I was here, 월하의 동사무소
대원 소설상, 이슈노벨 공모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