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엔 마그놀리아의 허무에 대해서(크로히텐이 진짜 원흉)
씨엘의 이비엔 마그놀리아는 첫 등장부터 “난 똑똑하고 예쁘니까” 그래서 “허무” 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아이로 나온다. 그에 대해서는 동조하는 이들도, 까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비엔에 대해 옹호하고 싶다. 이해가 가니까. 물론 중2병스러운 소리를 하자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마 작가인 임주연님도 같은 것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런 아이를 만들어냈겠지.
물론 위에 붙은 사진을 보면 내가 미인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만.
어디 가서 머리 나쁘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다. 난 천재니까, 소리를 몇번 했더니 엄마가 비웃길래 홧김에 M 모 테스트도 보고 왔다. 별건 아니지만 그렇게 해결했더니 자뻑갖고 뭐라 하시진 않더라.
글쎄, 좋을 것 같아?
솔직히 머리만 잘 돌아가서 해결될 문제가 얼마나 있겠나. 차라리 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나거나 선천적으로 키가 클 수 있는 유전자를 잔뜩 갖고 태어난 쪽이 더 편리한 점도 많은 것이라서, 머리만 좋은 건 어쨌건 노력 안따라주면 다 황이다. 남들보다 적은 노력으로 쉽게 살아왔다고 쉽게 말하는 인간들도 있지만, 결국 하고싶은 거 하고 살려면 얼마나 죽도록 해대야 하는데. 오죽하면 사주를 보는데 그러더라. 당신 20대는 되는 일이 없었을 거다. 근데 당신이 지금 갖고있는 것을 보면 당신은 죽을만큼 노력한 사람이다. 라고.
근데 문제는 집에서도 -_-+ 내가 죽을만큼 노력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무시하더라는.
예를 들면 동생이 있다고 치자. 이녀석은 좀 잘 놀았다. 수학을 잘 못했다. 수학을 싫어했고 안했거든. 그래서 그다지 좋은 대학에는 가지 못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다들 이녀석은 자기 할 만큼 했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이루건 그런가보다 하고. 이쯤 되면, 내가 인생이 허무해 하고 중2병에 걸리는게 아니라 뭘 노력해서 이뤄도 “어 당신은 그럴줄 알았어”다 보니 심심한거다. 허무한거다. 십라 남은 노력안해서 실패해도 위로를 받는데 난 노력해서 뭐 해도 다들 “너는 그러려니” 하면 인생에 무슨 살맛이 날 것 같은가.
오죽하면 동생은 문창과 나와서 글 안 쓰고 있는데, 나는 수학과 나오고 공대 다니고 컴퓨터 일 하다가 공시 보면서도 글 써서 드디어 책을 짠, 냈다. 그랬더니 동생은 화를 냈고; 엄마는 “너는 원래 그런 것 잘 하잖니.” 였다. 아니 엄마; 전공자가 옆에 있는데 그게 무슨 서운한 말씀을. 그러니, 가장 가까운 곳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기분이 쌓이면서 뭘 해도 의욕이 떨어지는 거다. 그게 원래 그런 인간이라서, 그렇게 생겨먹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될대로 되어라. 라는 게 되는데.
다시 씨엘로 돌아가자. 이비엔은 그렇게, 뭐 물론 인생 쉽게 산 것도 있겠지만 주변에서도 쟤는 예쁘니까, 쟤는 영리하니까 뭐 다 잘 풀리겠지 했다. 단적인 예로 옥타비아만 봐도 말이다. “가는길에 영리한 이비엔을 데리고 가시죠” 하는 거 보면서 난 좀 격뿜했는데, 임주연님은 뭘 좀 아는군 하고 웃었다. 이거 옥타비아가 나쁜게 아니라 선생들이 철들기 전에는 대략 그렇다. 좀 똑똑한 학생 있으면 핥거나 지랄하거나 하는 케이스 좀 많이 봤는 줄 아나. 공부 잘한다는 의미 말고 다른 쪽으로, 자기가 잘 이해 못하는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나는 끝내주게 싫어하는 전혜린에 비유하면서 귀찮게 했던 양반도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쌤 난요 전혜린 싫어한다니까요?
그랬던 이비엔이 크로히텐을 만났다.
나는 크로이비가 안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크로히텐이 이비엔의 고백을 계속 개무시하기만 바랐다. 왜냐고? 어차피 쟤 크로히텐이랑 안될 거잖아. 이비엔에게 있어 크로히텐은 진심을 다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공략 불가한 캐릭터, 꿈이고 이상이고 환상이고 닿을 수 없는 어마무지 높은 곳. 이어야 했다. 그래야, 그냥 계속 허무를 떨더라도, 언젠가 라리가 말했던 그런 인생, 허무해도 가구는 호두나무가 좋고 집은 작아도 양지바른데가 좋고 나중에 손주들과 고양이에 둘러싸여서 그래도 인생 잘 살았구나, 의 루트를 탈 수가 있지. 지금 테크라면 잘 타면 라이트스피어 백작부인이 되어서, 적당히 허무에 익숙해지고 사는 데 익숙해져서 라이트스피어 가를 휘어잡고 그야말로 나중에 라리가 말했던 루트를 탈 수도 있었다. 뭐, 제뉴어리도 사망 플래그를 뒤통수에 꽂고다니게 생기긴 했지만 돈많고 명짧은 남편이라, 그것도 저 시대에는 과히 나쁘지 않았을 것이고?
근데 이번 화에 크로히텐이 그 마음을 받아버렸다.
“나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사랑한 기분이다.” 하는 소리까지 하면서(배경으로는 크로히텐이 지금까지 가르쳤던 아이들이, 그리고 이비엔의 등에서는 그 아이들의 손이 가득한데) 말이다.
이것으로 이비엔의 인생에는 망쪼가 들렸다. 그 불가능한 것을 한 번 잡아보고, 그리고 이 세상으로 다시 뚝 떨어져서 이비엔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가. 이비엔의 등 뒤에는 감당못할 허무 크리가 아주 꽂히다 못해 득득 감겨 있는 기분이다. 이비엔은 졸라짱센; 마녀도 될 수 있고, 어쩌면 메이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라이트스피어 백작부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 허무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결론 : 이비엔이 그동안 갖고 있던 허무는 반은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 극복 가능한 것이었다.
근데 용선생 때문에 진짜 허무와 조우할 날 앞으로 N개월 뭐 그런 상태가 되었다.
불쌍한것. -_-+ 그리고 임주연 작가님 진짜 뭘 좀 아신다.
“똑똑하니까”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허무”하고
그러다 보니까 자기가 진짜로 뭘 해야 하는지,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그건 중2병이 아니라 실재하는 감정이고, 결국은 주변사람들이 만든 허무라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