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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티스 프로젝트 – 0. 일상의 종말
지난번 시드에 투고했다가 보기좋게 ^^ 떨어진 메티스 프로젝트입니다.
다 올릴지, 챕터 0만 올리고 다른데 투고할지도 아직 못 정했어요.
아래 동영상을 틀어놓고 보시면 더 좋겠네요. 이 음악은 주인공인 남정현이 좋아하는 브루니의 you belong to me 입니다.
나름대로 피튀는 장면 쓰면서 듣던 곡이라서 쓸때의 기분을 잘 살려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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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일상의 종말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아침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마감을 앞두고 이모는 사흘치 찬거리를 냉장고에 쟁여두고, 매달 똑같은 듯 보이지만 엄밀히 말해 다달이 업그레이드 되는 잔소리를 퍼부어대었다. 반박의 여지라는 것을 주지 않는 그 폭풍같은 잔소리에 넋이 빠지는 것도 한두 번. 지금은 그냥 한 귀로 듣고 임계치를 넘어선 잔소리는 다른 귀로 적절히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 이곳 생활에 익숙해진 상태라, 정현은 그날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별다른 반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동안 혼자 지낸다는 게 처음에는 신이 나기도,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다 익숙해졌다.
“숙제 다 했냐, 남쩡.”
“내 얼굴에 어디 숙제라고 씌여라도 있냐? 얼굴만 보면 숙제 타령이야, 저건.”
“뭐야, 상부상조 해야지.”
“내가 무슨 보람상조냐. 작작 좀 해.”
익숙하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겠지. 일탈을 하고 싶어도 그 많은 숙제를 두고 무슨 일탈. 언제나처럼 비슷한 시각에 늘 마주치는 자리에서 중학교 동창인 윤호와 마주치자마자 듣는 이야기도 숙제 타령인데. 정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뭐 화끈한 일 없을까 싶은 택도 없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것이, 한심하도록 평범하고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그러고 보니.”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는 중간에, 윤호는 언제나처럼 대여점 앞에 멈추어 서서는 가방가득 쑤셔넣은 무협지 대여섯 권을 반납기에 밀어넣었다.
“아주 이 가게 먹여 살리는구나.”
“우씨,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너 혹시 동생 없냐? 사촌여동생이라도?”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가 아니라, 너랑 똑같이 생긴 여자애 봤어.”
“설마.”
“아냐, 어제 집에 가다가 봤어. 머리가 이렇게 긴데, 너랑 똑같이 생겼더라구.”
“여자가 이렇게 생기면 어떻게 하냐.”
대여점 선팅 유리창에 얼굴을 비추어 보며 정현은 퉁을 놓았다. 키도 윤호와 비교하면 조금 큰 편이지만 대체로 평균. 윤호보다야 날렵하게 생겼지만 여장을 해도 어울릴 미소년이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어쨌건 보통. 이 얼굴이랑 똑같은 얼굴을 한 여자라니, 상상도 가지 않았다. 정현은 아침에 면도하다가 구석을 살짝 베인 턱을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며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남자면 미남 소리나 듣지.”
뭐 화끈한 일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아침부터 윤호의 잠이 덜 깬 헛소리나 듣고 있으려니 그것도 또 한심한 기분이 들어서 정현은 한쪽 귀에만 MP3의 이어폰을 꽂았다. 어젯밤부터 죽 듣고 있던 You belong to me의 감미로운 선율이 귀를 간지럽혔다.
“하여간 그랬어. 뭐 듣냐?”
멋대로 다른 쪽 이어폰을 귀에 갖다대었다가, 어쿠스틱 기타에 끈적끈적한 여자 목소리에 질겁을 한 윤호가 투덜거렸다.
“빼라, 넥삼. 남자랑 이어폰 나눠낄 일 있냐.”
“뭐야, 너. 남자라면 소녀시대를 들어야지. 이거 뭐야?”
“카를라 브루니.”
“그건 또 누군데?”
“사르코지네 부인. 프랑스 대통령 말야.”
“뭐야, 남쩡. 프랑스에서 왔다고 티 내냐?”
“티 내는 게 아니라.”
“프랑스에서 왔으면 말이야, 끝내주는 걸들이랑 어떻게 잘 해보고 그랬어야지. 주변머리없이 여자 하나 못 사귀어 왔으면서 말이야. 네가 무슨 스님이야, 고자야. 아, 진짜.”
대체 왜, 여자 못 사귀었다고 무슨 스님에 고자 취급까지 당하다니. 그놈의 프랑스 이야기만 나오면 왜 연애의 달인들만 모여 사는 환상의 나라라고 생각들을 하는 건지. 등 뒤에서 윤호가 목을 휙 조르는데도 속수무책 끌려다니기만 하며, 정현은 아무리 한국이래도 사내자식들끼리 이렇게 구는 데는 아무래도 익숙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닥치고 소녀시대 들어. 걔넨 진리야, 여신이야, 마스터피스야.”
“무슨놈의……”
마스터피스 씩이나. 그러니까 여기서나 소녀시대 원더걸스라니까요. 아버지를 따라 계속 해외에서 지내다가 작년 가을에야 한국으로 돌아온 정현에게야, 한국 최고의 아이돌 가수보다는 오히려 작년까지 지냈던 프랑스의 가수가 더 익숙한 게 당연한 일인데도, 윤호는 시시때때로 정현을 붙들고 소녀시대의 우월함을 전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 들어나 보고 말해. 그리고 솔까말 대통령 부인이 부르는 노래라니. 야, 피끓는 젊은 남자가 탱글탱글한 애들이 부르는 걸 들어야 음양의 조화가 맞지 뭐야. 아줌마가 부르는 거.”
“너야말로 브루니를 들어나 보고 아줌마라고……”
“상상해봐, 우리나라 대통령 부인이 나와서 뭐 부른다고 하면…… 어이쿠.”
버스는 언제나처럼 꽉 차 있었다. 잘 만들어진 통조림처럼 애들을 꾹꾹 눌러 담은 채, 1번 버스는 계산삼거리를 지나 탈탈거리며 산길로 접어들어, 막 예비군 훈련소 앞을 지나고 있었다. 발이 땅에 붙어 있는 게 고작인 비좁은 버스를 타고 가는데도, 하품이 나고 졸렸다.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하품을 하며, 정현은 아버지가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시키는 것인지 잠시 생각했다. 적응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의 고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그것도 갑작스레 이 세계에 뛰어든 이방인에게는 특히.
“꺄악!”
그 순간, 버스 천정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듯 요란한 소리가 났다. 버스가 덜컹 흔들렸다. 급정거였다. 누군가의 새된 비명이 나른한 아침 공기를 찢었다. 정현은 고개를 들었다.
“아니, 이게 뭐야!”
버스 앞쪽 천정을 뚫고 비스듬히 꽂힌, 가늘고 길쭉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좁은 대 끝에 뾰족한 촉이 달린 것이, 창이라고 보기에는 가늘었다.
“저거 화살 아냐?”
“그러게, 어떻게 된 거야?”
물론 대체 어떻게 화살이 버스 지붕을 뚫었는가를 생각하기에 앞서, 보편타당한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살면서 두 번 보기 힘든 이 기괴한 상황 앞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정상이냐 하면, 휴대폰을 꺼내들고 인증샷부터 찍는 게 진리였다. 곳곳에서 찰칵찰칵, 폰카 찍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찍을 것 다 찍고 신기한 것 봤다고 주변에 메일 날리는 여자애들도 있었다.
“……역시 한국은 양궁 강국이구나.”
그 와중에도 정현은 철판을 뚫는 그 강궁에, 한국 궁사들은 얼마나 대단한가 새삼 감탄하고 있었다. 윤호는 저가 듣기에도 기가 막힌지 한 마디 했다.
“양궁은 무슨.”
“그럼 저게 어디서 왔겠어.”
“일단 이 근처에는 양궁장 자체가 없네.”
“어, 정말?”
“양궁장이 그렇게 동네마다…… 아, 너 외국서 왔지.”
양궁 강국이긴 하지만 국민 스포츠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짧게 하며 윤호는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갑자기 일어난 황당한 사태에 버스 기사도 화살 꽂힌 쪽으로 다가와 천정을 올려다 보았지만, 딱히 원인을 알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최초의 흥분이 가라앉고, 뒤쪽에서 누군가가 지각하겠다고 투덜거렸다. 버스 기사도, 지금 상황에서야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다시 시동을 걸었다. 윤호는 버스 손잡이를 고쳐 쥐었다.
“근데 국궁장은 하나 있을걸. 산 저쪽에.”
“거기가 어딘데?”
“여대 옆에. 산책로쪽에 있어. 도서관 뒷길 알지?”
“그런 게 있었어?”
“여대 앞에 가 봤어야 그런 걸 알지.”
“여대 앞에 갈 일이 뭐가 있다고.”
버스는 천천히, 조용한 산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산길이고 워낙 인적이 드물어서 그렇지, 여기서부터 학교까지는 멀지 않았다. 갑자기 화살이 날아든 것이 놀랍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다. 잠시 학교가 떠들썩해지기는 할 것이고, 누군가는 블로그 같은 데 그 사진을 올리기도 하겠지만, 그런다고 무언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뭐 화끈한 일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긴 해도, 정현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지루함을 사랑했다. 지루함은, 평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남다를 것 없는 평범함 속에서도, 적어도 한 가지는 남과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생각보다는 큰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외교관이고,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살았다는 것은 특히 이 나라에서는 남과 다른 부분이 되어 버린다.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살았으니 영어는 기본으로 잘 할 것이라는 믿음, 다른 나라 말도 잘 할 수 있으니 부럽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 나라도 그렇겠지만 저 나라도 역시, 어린아이의 세계에서 떠드는 것과 어른들의 비즈니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쓰이는 단어부터 다른데 말이야. 그런데다, 익숙해질 만 하면 낯설고 말 설은 환경으로 옮겨가는 것을 반복하며 계속 새로운 언어나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철든 후 제일 오래 있었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프랑스에서 계속 머물러 있고 싶다 생각했다. 이제 꼴레쥐를 졸업하고 리쎄에 진학하고, 거기서 바깔로레아를 보고 대학에 가고. 그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으악!”
겨우 탈탈거리며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덜컹거리더니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멈추어 섰다. 정현은 반사적으로 버스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못한 여학생 몇 명이 우르르 바닥으로 밀리듯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윤호는 손잡이를 놓쳤지만, 정현의 허리를 붙잡으며 균형을 잡았다. 정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계산동에서 경서동 넘어오는 길이야 매일 보던 것이니 뻔한데, 뭔가 이상했다.
“……야, 넥삼.”
“어?”
“길이 좀 이상해.”
달랐다. 양쪽으로 산등성이를 끼고 멀리 계산동이 보이는, 눈 앞으로는 아직 산길이 남았고, 계속 가면 산업도로로 이어지며 그 오른 편으로는 논밭이 있고,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보이는 그 길이 아니었다. 더웠다. 갑자기 한여름이라도 된 듯 사방에서 열기가 끓어올랐다. 창 밖은 안개가 낀 듯 부옇게 변했다. 사방에 불이라도 난 듯, 손잡이는 쥐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 불 난거야?”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문 쪽으로 밀려갔다. 버스 기사는 급히 앞문을 열었다. 무슨 일인지 너나할 것 없이 먼저 밖을 내다보려는 남학생들의 성화에, 버스 기사의 몸이 버스 밖으로 튕겨나듯 밀려났다.
“으, 으악!”
비명을 지른 것은 버스 기사가 아니었다. 맨 앞자리에 앉은 녀석이었다.
“어, 어…….”
앞쪽에 있던 녀석들은 충격과 공포로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입을 벌린 채 비명도 신음도 아닌 소리를 낼 뿐이었다. 조금 전까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던 버스 기사의 몸은, 마치 석고로 된 조각품처럼 희게 굳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에 놀란 몇몇 남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갔지만, 그렇게 밖으로 나간 남학생들 역시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희게 굳은 채 쓰러지거나 더러는 넘어지며 그대로 깨어진 도자기처럼 부서졌다. 쨍그랑, 와르르. 잘못 구운 도자기를 바닥에 내려쳐 깨는 듯한 소리가 났다. 믿을 수 없었다. 저런 것이 사람 몸에서 나는 소리라니.
“강력한 고온과.”
그리고 버스 앞쪽으로, 무언가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고순도의 이산화탄소.”
야성적으로 곱슬거리는 적갈색 머리카락, 아찔하도록 꽉 끼는 매끄러운 소재의 차이나 드레스. 하지만 어째서인지 눈은,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찢어진 여자가 버스에 들어섰을 때, 여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버스 뒤로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여자의 완벽한 몸매에 입을 떡 벌리던 남학생들도, 살며시 입술을 핥는 그녀의 갈라진, 마치 뱀과 같은 혀끝을 보고는 마찬가지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아침에 우유는 먹고 왔나, 애송이들.”
“……”
“여기서 우리 공부 잘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질문 하나. 고온과 이산화탄소와 칼슘이 만나면 무엇이 될까요?”
뱀의 혓바닥을 가진 여자가 미소를 지었다. 대체, 멀쩡히 학교 가다가 갑자기 버스 지붕이 뚫리는데다 차는 흔들리고 정신 차려보니 사방이 안개 낀 것처럼 뿌연데, 갑자기 버스 기사 아저씨들과 서인천고 남학생 몇 명이 허옇게 변색된 얼굴을 하고 쓰러지는데다. 사람이, 굳어버린 사람이 땅에 쓰러지자마자 퍼석, 소리를 내며 가루만 남기고 부서지는데.
“그, 그거 맞히면 집에 갈 수 있어요?”
그 와중에도 2학년 명찰을 단 여학생 하나가 울먹이며 손을 들었다. 퀴즈쇼가 아니란 말이야. 정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철없는 질문에, 여자는 대답했다.
“좀 덜 아프게 보내줄 수는 있지.”
“……”
“성경 정도는 읽어 봤어? 롯의 아내 말야. 소금 기둥이 좋아, 아니면 분필이 되는 쪽이 좋아?”
“지각이란 말이에요……”
누군가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울먹였다. 다들 공포에 질려, 비웃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버스 앞문 아래에, 굳어 부서져버린 버스 기사와 교복만 걸친 돌덩이가 된 남학생들이 쓰러져 있었다. 악몽이라면 좋겠다. 악몽 치고도 요란한 악몽이었다. 하지만 입 안 쪽의 여린 살을 몇 번이나 슬며시 깨물어 보아도, 선명한 통증과 희미한 피 맛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었다.
버스 앞뒤 문이 열리고, 문 밖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버스 안으로 파이프를 끌어다 대었다. 고압의 가스가 뿜어져 나오며 기온이 떨어져, 발 밑에서부터 서늘하다 못해 찬 기운이 올라왔다. 그 냉기가 마치 죽음의 징조라도 되는 양, 학생들은 비명을 질렀다.
“걱정하지 마, 이산화탄소 중독(Hypercapnia)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직접 사인은 아니니까.”
아니, 어차피 죽는 이상 이산화탄소건 일산화탄소건 그게 문제가 아니긴 한데. 정현은 자신이 생각보다 초연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땀이 촉촉하게 배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도 그다지 떨고 있지는 않았다. 마치 몇 번이나 되풀이해 꾸었던 꿈인 것 처럼. 아니,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중독이 아니고?”
“그러게, 그것도 중독되나?”
그런데 이 와중에도 분위기파악 못 하는 애들이 꼭 있다.
“지금이 과학시간인 줄 아는 모양인데……”
여자는 웃고 있었지만, 입가가 슬쩍 경련하고 있었다.
“이산화탄소 분압까지 아직 진도 안 나간 모양이지?”
“저희 죽는 거예요?”
“그럼.”
“살려주세요. 저, 저기…… 수능도 얼마 안 남았단 말이에요.”
“이산화탄소 분압도 모르면서 수능은 봐서 뭐 하니. 아, 문과라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한 소리와 함께, 버스의 뒷문이 닫혔다.
물 속에서 오래 숨을 참는 것 처럼 가슴이 먹먹했다. 숨이 가쁘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팠다. 누군가가 코피를 쏟았다. 교복 블라우스 위에 시뻘건 피얼룩이 튀었다. 구역질이 났다.
사방이, 마치 불가마에 들어가 앉은 듯 뜨거웠다. 귓속이 앵앵거리고 울렸다. 문 앞에 서 있던 아이 하나가 밖으로 뛰어나가려다가 그대로 주저앉으며 바스라졌다. 비명을 지르거나 울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나둘씩, 아이들이 버스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쓰러진 위에 또 다른 아이가 쓰러졌다. 잠시 후에는 이 아이들이 아닌, 분필가루만이 가득 남을 것이다. 되다 만 롯의 아내처럼. 정현은 바닥으로 무너지며 생각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앵앵거리는 소음 대신 브루니의 노래를 듣는 쪽이 덜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그는 경련을 일으켜 제대로 무언가를 쥐지 못하는 손가락을 억지로 움직여 주머니 속의 MP3를 꺼내려 했다
그때였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반쯤 열린 버스 앞문 쪽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부서진 사람의 잔해를, 그 분필가루를 밟고 계단을 디디며 올라왔다.
“네가 모시는 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앞문 쪽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서인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었다. 긴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고, 등에는 책가방을 멘, 그냥 평범한 여학생.
아니, 눈부시게 예쁜 여자애라는 생각이 든 것은, 그녀가 나타나며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여전히 머리가 멍하고 숨이 찼지만, 차게 저려오던 손 끝에 조금씩 온기가 돌아왔다. 정현은 눈을 깜빡였다.
“신통치 못한 계략밖에 못 꾸미는 주제에, 이만큼이나 사고를 치면 국제 문제다.”
“코리아같은 작은 나라와의 문제가 그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여자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 파르테노스께서도 하프 코리안이셨죠. 잊고 있었네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였다. 정현은 돌아올 듯 말 듯 아직 잡히지 않는 정신을 애써 붙들며 고개를 털었다. 언제 정신이 들었는지, 윤호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 쟤야, 쟤.”
“……?”
“너랑 똑같이 생겼다고.”
“무슨 소리야.”
하여간 대단한 녀석이다. 이 와중에 여자애 얼굴을 알아볼 정신이 있다니.
하기사 고작 반 년 같이 생활했던 남자중학교 동창들이, 여자라면 허수아비가 치마만 두르고 있어도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중학교 때 남녀를 갈라놓는 학교가 많다더니 그 영향이 크긴 큰 모양이다. 정현은 살짝 목을 빼어 그 여학생을 쳐다보았다. 상당한 미인이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다.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면 역시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할 만한 미인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여자애 얼굴이 눈에 들어올 리가.
“나 어제 쟤 보고 딥따 놀랐잖아.”
“이 와중에 그런 소리가 나오냐, 너도.”
그렇게 대꾸하면서도 정현은 그 소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뜯어보았다.
아주 요단강 건너갈 뻔 했다가 어떻게 겨우 급정거한 것 뿐이고, 아직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가 갈린 것도 아닐 텐데, 이런 순간에 하는 일 치고는 참으로 할 일 없는 짓이긴 했지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그녀와 자신이 닮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어디서 보긴 봤는데. 아침마다 거울 속에서 보는 얼굴과는 아주 딴 판이었지만, 그래도 낯선 얼굴은 아니었다.
“아.”
“그치? 네가 봐도 똑같지?”
“……선우 륜이잖아.”
정현은 그제서야 그 소녀를 어디서 보았는지 겨우 기억해 내며, 일어날 법 하지 않은 상황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현의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무표정하게 바둑돌을 쥐고 앉아있는 그녀. 이 자리에 나타날 리 없는 그녀가 지금 왜, 서인천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 머리가 복잡했다.
“바둑기사 말야.”
아니, 복잡한 것은 복잡한 것이지만, 한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애 얼굴이나 알아보고 있고. 그런데 선우 륜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우리 학교 교복은 웬 거고. 그 바둑계의 신성이니, 이창호 이세돌을 넘어설 준재니 하는 대단한 애가. 아, 그렇구나. 지금 일어나는 일은 또 꿈이고, 나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환상을 보는 거구나. 어쩐지 납득이 갔다. 그래도, 아무리 컴퓨터며 휴대폰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동경하는 애라고 해도 이 순간에 선우 륜이 떠오른 것도 참 웃기는 일이긴 했다. 끈적끈적 달콤한 목소리의 카를라 브루니나, 사실은 이모나 엄마가 먼저 보였어야 할 것 같은데.
“방해를 하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뱀의 혀를 가진 여자가 얇은 입술 사이로 혀를 낼름거렸다. 선우 륜은 불쾌한 듯 그녀를 노려보다, 오른손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그 순간 앞쪽에서부터, 버스의 유리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밖으로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화살이 꽂힌 버스의 상판이 그대로 반쯤 뜯겨져 날아가고, 안개가 가득한 하늘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줄기가 쏟아졌다. 여자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또다시 제게 그리 하시려고요.”
“네가 모시는 자에게 그리 전해라.”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강한 빛이었다. 다음 순간 륜은 어디서 난 것인지, 제 키보다 큰 창을 휘둘러 제 손에 맞게 고쳐 쥐고 있었다. 창봉술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현이 보기에도 대단히 능숙한 솜씨였다.
“너같은 고르곤 따위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해.”
“그렇습니까.”
륜은 교복 위에, 왼쪽 어깨와 가슴을 반쯤 덮는 촘촘하고 단단해보이는 가죽을 두른 기묘한 모습으로 여자를 향해 창을 겨누었다. 아름다운 이마도, 긴 머리카락도 투구에 가려, 그 틈새로 선명한 푸른 눈동자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여자는 붉은 입술을 신경질적으로 당기듯 미소지으며 륜을 바라보았다.
“부디 뜻대로, 파르테노스(Parthenos).”
소녀의 창이, 여자의 턱을 꿰뚫었다.
뇌수가 섞인, 붉고 누런 핏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쓰러져 있던 학생들은, 그 피를 뒤집어 쓴 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려 애쓰던 학생들은 그 참혹한 모습에 짧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학생들은 버스 뒤로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 바닥으로 쏟아진 핏방울은 저마다 생명력을 지닌 듯 튀어올랐다. 그 핏방울이 튀어오를 때 마다, 버스 안까지 스멀스멀 기어들어온 짙은 안개가 조금씩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공기가 맑아질 수록, 어째서인지 손가락 하나 제 의지껏 가눌 수 없었다. 정말로 죽는 건가. 그렇구나, 그건 역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꾼 꿈이었구나. 어처구니 없는. 윤호가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보며 정현은 몇 번이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우 륜은 창을 휘둘렀다. 혈조에 고인 피가 그대로 정현의 얼굴에 쏟아졌다. 그 비린 피맛을 느끼며, 정현은 쓰러진 윤호의 책가방에 코를 처박으며 정신을 놓았다.
시드노벨에서 낙선평 받았습니다
이번에 “메티스 프로젝트”의 낙선평 받은 것입니다. 2차에서 낙선평 받은 것의 샘플로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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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단(simsadan) |
09/11/28 10:46 | |
누락된 찬반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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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황금새 쟤네들 어쩌니…..
그러니까 아까 스노우벨님과 잠시 챗하며 황금새를 앞으로 어찌하나 생각을 했다. 했는데.
생각할수록 답이 업ㅅ다. T_T
그러니까 대략 대화를 요약하자면(물론 다소의 왜곡 포함)
스노우벨 : “아니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그러는데, 시드노벨에 투고해보면 어때요. 전 제대로 된 일러스트가 붙은 황금새를 보고싶어요.”
해명 : “일단 난 소년이 아니라 아저씨….(쿨럭쿨럭) 그건 둘째치고, 10메가를 퇴고해서 5메가 만든들 시드에서 낼 수 있는 양이겠소.”
스노우벨 : “헉”
해명 : “지금까지의 시드 출간작을 분석해볼 때 모에요소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소. 헌데 우리 애들은 전혀 모에하지 않소. 일단 황제님도 절벽이고.”
스노우벨 : “빈유는 스테이터스일 뿐이지 않나요.”
해명 : “…..난 시드에서 나오는 책의 히로인은 모두 가슴이 큰 줄 알았는데.”
스노우벨 : “아니거든요!”
해명 : “…..어쨌건 그렇게까지 모에와 담 쌓은, 그런데다가 점점 더 암울해져가는 주인공들과 점점 더 광기에 차가는 인간, 주인공과 적대한 주제에 곱게 감옥에서 썩다가 조용히 자결하는 인간 등등, 하여간 하나도 안 모에한 소설을 투고했다가는 홍대입구역 앞에서 목도를 휘두르는 A님의 처절한 응징을 당할지도 모르오.”
스노우벨 : “넥스비전은 어떤가요?”
해명 : “물론 넥스비전에 투고해볼 생각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시드에는 목도 휘두르는 분이 계시다면 여기에는 헤드기어를 쓴 사장님이 계시잖소.”
스노우벨 : “……여자는 안때릴 거예요.”
해명 : “그런데다가 결정적으로 황금새는 이북으로 먼저 냈어요.”
스노우벨 : “……?”
해명 : “물론 퇴고하고 수정하고 그러면 상당히 바뀌게 되겠지만, 넥스비전은 그 유명한 환세기담이 나온 데가 아니오. 만에 하나 내 글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이북으로 나왔던 책을 종이책으로 다시 내려 한다는 점에서 이건 그 유명한 환세기담과 같은 조건인데, 휘사장님이 아무리 대인배라 한들 벨님같으면 웬만해서야 그거 계약하겠소.”
스노우벨 : “그, 그렇……”
스노우벨 : “……노블레스클럽에 도전해보실 생각은.”
해명 : “거긴 한권짜리만 있지 않소!!!!”
말해놓고 보니 정말 답이 없어서 우울하군요.
해명 : “역시 방법은 하나뿐.”
스노우벨 : “뭔가요?”
해명 : “존잘 대작가가 된 뒤 해명군 대전집이라도 나와야……”
스노우벨 : “헉.”
그래도 뭐, 안부 묻고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어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은 참 즐겁고 기쁘고 감사하지만.
출판권 회수는 참 잘 한 일이지만 앞으로의 일도 걱정은 걱정이군요.
자, 저 애들, 어떻게 할까요.
사실 제국세계관으로 쓰는 것 중 어떤 것은, 가능만 하다면 학산 메이퀸이 딱 어울릴만한 이야기도 있긴 있고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거기도 일본 쪽 라이트노벨만 들어오고 하니……
고민이 많습니다. ^^ 흐흐흐.
파란만장한 교정지 보기 >_<
교정지가 제 손에 들어온 것은 지난 수요일 밤이었습니다. 퇴근했더니 책상 위에 있더군요.
월말에 책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인쇄하는 데 사흘 잡고, 필름 뽑고 교정하는 데 이틀 잡고, 등등등을 하면
중간에 설이 끼어 있어서, 절대로 넉넉하다고는 농담으로도 말할 수 없는 일정이기는 했지요.
그런 생각을 하며 칼로 봉투를 뜯는데…… 음?
…….보노 스프와 맥스봉 소세지가 나왔습니다.
…….헉? 이것은 밤샘을 위한 양식인가!!!!!!
밤을 새워 빨리 교정을 봐서 돌려보내라는 깊은 뜻으로 알고 교정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여간 밤에 보고, 직장에도 들고가서 점심시간에 섭실 구석에서 빨간펜을 들고한번 다시 보고. 그러니 오탈자나 그런 것까지는 해결이 되었지요. 뭐, 크게 손볼 데 없으면 이대로 보내도 되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목요일 오후에 발송하나 금요일에 당일특급(9시 반 또는 10시까지 우체국에 접수하여 당일로 받도록 하는 택배. 인천에서 서울로 보낼 경우 웬만하면 당일 도착하고, 가끔 재수없으면 다음날 들어가기도 한다.)으로 보내나, 그게 그거거든요. 그래서 퇴근을 칼같이 하고 집에 와서 밥 대충 먹고 교정지를 마저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갸앍?”
여기서 결정적 문제에 봉착하였으니.
패러디에 대한 주석들을 점검하다 보니, 문득 ‘그 대사’를 발견한 겁니다.
바쁜데 다음에 허락받아야지 하고 미루어두었던 그 대사!!!!!
“반재원님께 (인용 및 패러디) 허가받는 것을 잊었어!!!!!!”
물론 여기서, 인용이나 패러디 하면서 그렇게 미친듯이 출전을 달아대는 주제에 별 삽질을 다한다 하실 수는 있겠습니다만.
만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다른 분야의 책이라면 인용출처를 밝히는 것으로 될 지도 모르지만, 고렙과 저렙이라는 차이는 있을 지언정 반재원님 소설은 라이트노벨이 아닙니까! 다시 말해 동종업계! 허락을 안 받으면 곤란하지요. (그래서 버터스틱같은 상당히 미묘한 표현을 데려오며 오트슨님을 찾아 허락을 받았던 해명…….)
그래서 해명은 커그에 도움글을 올렸는데요.
잠시 후 생각했죠. 어차피, 지금 마감을 치는 작가님이라면 팔자좋게 메신저질을 할 리가 없……
(잠깐, 이게 하루 19시간을 메신저로 접속해있는 제가 할 말인가요?)
…….시드노벨에 전화를 합니다.
…….아크님이 받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저기…… 대원에서 라이트노벨을 쓰고 있는 전##입니다.”
“아, 해명님? 저는 아크입니다.”
잠깐, 그게 시간이 8시가 넘어 9시로 가는 중이었는데 왜 아직 계신 거죠? 여, 역시 지금 거기에는 작가님들이…..?
저는 순간 오싹했습니다만(음?)
본론을 말했습니다.
“아, 저…… 반재원 작가님께 인용허락을 받으려고요.”
“그러시죠. 어떤 대사죠?”
“그게……아실 만한 분은 다 아실 ‘그’ 대사입니다.”
“아실 만한 분은 다 아실 ‘그’ 대사…….”
그리고 10분 후, 아크님께서는 반재원님이 오케이 하셨다고 전화해 주셨습니다.
뭐, 하여간 잘 되었고, 허락도 받았고, 나오면 책 보내드릴 거고요. 이상한 용도로 대사를 차용하지 않을 거고요, 등등등.
(하지만 순간 놀랐…….)
하여간 그러고 나서, 맥에서 깨진 한자들 다시 큼직하게 써서 첨부하고, 등등등, 등등등, 이것저것. 확인할 것 하고 볼 것 보고 다 하고 났더니 오늘이 되어 있더군요. ^^ 좀 자다가 일어나서, 포장 예쁘게 해서 엄마한테, 내일 은행 가시는 김에 이것 좀 부탁드린다고 드리고는 출근했습니다. 중간에 내용 수정이 몇줄 들어간 부분은 아예 텍스트로 쳐서 메일로 다시 넣었고요. 이제 도착만 하면 되겠군요
그래서 4권의 포인트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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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님의 동정을 가져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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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정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이죠?”
“virginity.”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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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마법사 동장의 일생 일대 위기?
일본산 변태와의 숙명적 대결!?
혹은, 해명의 낚시도 이제는 한글랭?














심사단(simsa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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