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제 오후에 메신저가 뾰로롱 하고 떴는데 말이죠.
월하동 5권 교정 시작하신다고 하셔서, 아니라고, 내일 아침까지 새 원고 드릴 테니까(작업중이던게 있었지요) 하루만 기다리시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원 일정표를 보니 3월 중순에 5권이 나올 예정인가보더군요. 그까이꺼.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자꾸, 키보드를 누르는 손가락이 무거워지는 것일까요.
우울증 후유증인가? 아니면 최근 일들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떻게 된 거야! 슬럼프야?
원래는 6권에 넣고 싶었던 설정과 이야기를 어떻게 좀 우겨서 못 넣어보나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삽질을 하며 고뇌와 삽질과 발작 등등을 하기를 1시간여. (남은 시간이 하룻밤이고 그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한 시간 동안의 시간낭비는 사치도 뭐, 장미 1톤 모아서 한두방울 짜낸다는 그 비싸고 귀한 로즈 에센셜 오일을 튀김솥에 모아 담고 닭을 튀기는 수준의 낭비라 하겠지요. 무슨 소리냐고요? 소 잡는 칼도 아니고 이건 무슨 용을 잡을 때 쓰는 전설의 명검으로 닭모가지나 치고 있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때, 퇴근길 내내 듣던 음악의 한 소절이 뇌 속을 찡 하고 울렸습니다.
——멀어지는 완성의 꿈은 아직 나를 부르는데.
“서, 설마. 퇴근길에 들었던 넥스트 때문에?!”
설마가 사람 잡지요. 설마가 골로 보낸 사람만 해도 한 트럭이 넘는 게 세상 아니겠습니까. 자, 원인을 알았으니 저는 #력에 좋은 구기자차나 한잔 끓여오고, 만만한 바흐 이펙트를 틀어놓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얼른 골드베르크가 넥스트 dreamer를 몰아내기를 기다리면서요. 하지만 솔직히, 아까웠습니다. 써놓은 원고 중 골라넣을 수 있는 이야기는 불과. 아, 정말 어떻게 폰트를 반으로 줄여서라도 같이 묶어버릴 수 없나 싶은 생각이 막 들었습니다. (물론 무리죠) 이러니 다 완성된 원고를 놓고 그렇게 데굴데굴 굴렀죠.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잠깐, 토요일에 그림이 입고된다는 것은 이미 그림도 거의 다 하셨다는 거잖아.”
순간 전율이.
삽질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냥 쓰고 달리면 되는 거지. 이제와서 무슨 원고를 어떻게 더 바꾸고 수정합니까. 그냥 군더더기 쳐내고 패러디나 더 붙이면 되는 거죠.
정신을 차리고, 마구마구 속도를 올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는 글을 쳐내는 작업이었지요, A4로 140페이지에 달하던 것을 쳐내어 122페이지 정도로 줄였습니다. 훨씬 가뿐하고 좋더군요. 다음으로 월하동의 큰 정체성 중 하나인 오덕오덕을 살리기 위해 평소에 메모해 둔 패러디들을 투입했습니다. 분량이 다시 조금 늘어나더군요. 뭐, 이만하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에잇, 어제 나 돈벌려고 밤새 일했으니까 아침에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
하고는 8시까지 쿨쿨 자다가 머리에 물만 묻히고, 정말로 택시로 출근. (7500원 나왔습니다)
아마 한시간 데굴데굴과 그를 극복하기 위한 면벽만 없었어도 택시까지는 필요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후우)
어쨌건 다음달에 나온다고 합니다. ^^ 슬슬, 개인지도 준비해야겠네요.
월하의 동사무소
5권 마감, 개인지, 월하의 동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