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동 6권을 개인지로 낸 이유, 황금새를 e-book으로 낸 이유
며칠 전에 옛날 조아라에 황금새를 연재하던 시절의 독자와 ^^ 채팅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된 이야기중 하나는, 황금새가 이번에 다시 나오는 것이 종이책도 아닌 e-book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유감이었다.
소장가치 없는 이북 같은 것 말고 차라리 개인지를 내면 어떤가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이…. 일단 지난번 월하동 6권을 개인지 낸 것만 해도, 이건 적자도 이만저만한 적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예컨대, 전혜진씨가 한달 내내 야근을 풀로 채워서 한다면 얼마를 더 벌 수 있는가, 라든가.
아니면 글을 쓰니까,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이라든가. 아니면 교정교열같은 간헐적인 일거리가 들어오기도 하니까 기타등등을 생각할 경우, 의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는데도 월하동 6권은 적자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200권이 넘게 예약이 들어왔는데 실제로 돈 내고 산 사람은 100명 뿐이었다. 책은 이미 예약부수+손실고려분 만큼 찍어놓은 상태였다. 스스로 교정교열 보고, 그림이 늦게 들어와서 고민하고, 인쇄소 뛰어다니고. 고생한 비용 빼고 실제 인쇄비와 배송비, 사고로 돌아온 책들에 대한 비용만 쳐도 일단 손해였다. 차라리 예약을 받을 때 입금도 받았으면 그정도 적자는 안 났겠지. 독자에게 미안하지만, 택배로 보내려던 것을 일반 등기로 보냈음에도 손실은 적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인쇄비 대 손실액에 대한 실로 처절한 이야기 되겠다. 참고로 내 방은 책상 하나 침대 하나가 고작인 고시원에 주방만 딸린 듯한 원룸이라(세탁기는 공용이다) 그거 쌓아놓았다가 겨울에 캠프파이어 할 여건도 안 된다. 뭐, 막막했다.
자, 근데 그걸 끌고 매일 점심때마다 우체국에 가서 부치고 오고 하다 보니 허리가 삐끗했다. 허리에 바른 파스값과 병원비, 그리고 기회비용에 대해 이야기하면 글쎄, 실제 손실액과 합치면 내 한달 월급을 한참 넘는다. 기회비용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딱히 야근 안 하고 매일 밤+주말 내내 글만 쓰면 라이트노벨 한권을 한달 안에 쓰고 퇴고할 수 있다. 쓰는 족족 글을 팔아치울 능력자는 아니지만, 그게 내가 밤마다 한 작업에 대한 기회비용 최대치라고 보면 어떤가? 실제 월하동 6권을 개인지로 내는 데 소요된 시간은 두달이 넘었다. 들어온 내지 일러스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포토샵으로 다시 작업하는 데만도 주말을 꼬박 바쳐야 했다. 주말에 그 짓 안 하고 토익 토플 시험감독이라도 뛰면 얼마 나올 것 같은가. 계산이 될까?
황금새를 개인지로 보고 싶다는 말은, 글 쓰는 입장에서는 그걸 그렇게 좋아해주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돈계산을 해보면 무서운 이야기다. 빽빽하게 우겨넣을 테니 권당 만원, 권당 이만원을 해도 구입해 줄 건가? 그것도 아니잖는가.
내가 미친 척 저지를 수는 있어도, 남이 함부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개인지라는 것은.
대충 알고서도 월하동은 강행할수밖에 없었다. 그건 이미 완결을 1권 앞둔 이야기였고, 어떻게든 작가로서 이야기를 매듭지어야 했으니까. 이미 출판을 한 이야기이므로 예약이 200권 남짓밖에 안 나갔더라도 150권은 팔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완전한 계산 미스였지만. 그래, 뭐. 그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내가 앞으로 낼 소설들도, 혹시 그렇게 중간에 잘리게 된다면 나는 그렇게 해결할 거다. 까짓거 한두달, 굶지 뭐 하고. 그건 내 의지고 제대로 된 완결을 보여주겠다는 것은 구입해준 독자들에 대한 예의니까.
하지만, 그분과 이야기하다가도 말했지만. 그런 것을 작가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소장가치”를 논하기에는 정말 무리수가 심각한 일이니까.
예전에 황금새를 이북으로 내겠다고 했을 때, 그것이 조아라에 올라온 것과 내용이 다소 달라지는데다, 기존의 글을 출삭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돈이 그렇게 좋냐….는 류의 쪽지를 꽤 받았다. 그러니까 이른바, 공짜로 보던 것을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그 무렵 조아라에 올리던 글을, 연재를 멈추었다. 5부까지 연재 마무리는 했지만 그 이후는 올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할까. 댁들도 배신감 느꼈다고 작가님이 그럴줄 몰랐어요 그러고 쪽지 보냈지만, 나 역시 정말 배신감 느꼈다. 라는 기분이었다.
그래, 중고딩이 많이 봤으니까 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중고딩이 무슨 돈이 있어요, 라는 말에도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미리 공지를 했고, 읽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지웠다. 욕을 먹어도 그때 내게 필요한 일이었으므로.
그런들 뭐 하랴.
독자라면서 전자사전에 넣어 읽게 텍스트 파일을 요구하지 않나. 이북 낸다고 돈이나 밝힌다고 욕이나 디리 하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이북이 그렇게 엄청나게 돈 되는 물건도 아니다. 그랬으면 북토피아가 그 짝이 났겠냐. 그게, 돈이 그렇게 좋으냐는 말을 듣고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돈이나 되는 일이었으면.
그래도 나는 해야 했다.
웹연재는 백날 해봐야 경력이 되지 않는다. 당연하잖아. 10년 전에 웹에 싸지른 글이 당신 경력이면 좋겠냐!!!!!! 그렇게 치면 은영전 로이오벨로 쓴 것도 내 경력으로 치랴! 하지만 e-book은 달랐다.
그건 실물이 아니라도 정식 출판물이고, 도서관에 납본이 되는 것이고, ISBN이 나오는 일이었으니까.
내게는 ISBN이 필요했다. 내 젊은 시절에 그런 소설을 시작했고, 이것은 내 저작물이라고, 그것을 주장할 명확한 근거가 필요했다. 막말로 웹에서 불펌해다 P2P에 돌아도, 경찰에 신고했더니 책 판권을 복사해 오라고 하는데 내가 도리가 있냐. 물론 공개가 아니라 내가 저작한 즉시 저작권은 형성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찰조차도 웹연재물 따위의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았다. 그런데다 그 직전에 보았던 일, 송지나 사건을 보고 나서 느낀 것은, 자기 글이건 경력이건 자기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나라는 그런 데까지 신경 써 줄 나라가 아니었으므로.
그런데다 그때 나는 라이트노벨 월하의 동사무소의 첫 권을 내고 있었는데.
내 인생을, 20대 후반에 그냥 동사무소에서 시시덕거리는 라이트노벨을 쓴 것이 데뷔작. 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동사무소에서 시시덕거리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내 글’이라 부를 내 작가 인생의 시작점이 된 소설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그건 내 새끼요 내 글이라고 주장할 명확한 근거가 필요했다.
내 작가인생의 이력에 그녀석을 명확하게 박아넣고 싶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건 웹연재나 개인지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출판사에 작가로서 이력을 넣을 때, 내가 어디어디 웹연재 했소 하고 이력서 넣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글쎄, 내가 알기로는 그건 알바나 자원봉사 경력 같은 거다. “자기소개서에는 넣을 수 있을 지 몰라도 이력서에 넣기에는 참 거시기하고 뭣한, 비공식적 기록” 말이다. 뭐 경우에 따라서는 흑역사일 수도 있고.
이것이 내가 e-book을 냈던 이유이다.
그리고 한번 e-book으로 나갔던 책을, 다시 웹에 오픈하는 것은 돈주고 사 본 독자에 대한 배신이고.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 책은 이미 e-book으로 나갔고, 이번에 죽을 힘을 다해 거의 1부를 새로 썼지만 어쨌건 독자가 불만을 갖건 뭐가 되건 간에 e-book이 될 팔자다. 그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내 e-book을 사보지 않아도 된다. 나는 돈을 좋아하지만, 돈만을 보고 살아가지는 않았다. 특히 글쓰는 데 대해서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 돈을 위해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나는 작가가 되기 이전에 글이 아니더라도 먹고살 수 있도록 공시를 보았다. 공시 준비하는 기간 중에도, 시험 전 1주일씩을 제외하면 밀리지 않고 주 5회 이상 소설 업로드 해 가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아닌 어떤 다른 것을 위해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은 엄연히 존재한다. 내게는 e-book이 그랬다. 내 글에, 내 아이들에게 제대로 이름표를 붙여 주기 위해서라도. 엄격하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냥 소설 올리는 게시판에 웹연재를 100메가를 한들 그건 내 경력은 되지 않는다. 계약서, 혹은 ISBN, 도서관 납본. 혹은 어딘가 웹진이건 어디건 공식적인 매체를 탄 흔적과 그에 대한 증명할 수 있는 이력. 내 이력, 내 경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공식적인 루트를 탄 것 말이다. 그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면. 글쎄, 어쨌건 나는 그 황금새라는 글을, 열이 나건 쓰러지건 매일매일 5페이지씩 써서 올리기를 2002년부터 계속해왔다. 그동안 게시판에서 편안히 즐겼으면, 그것도 나름 괜찮지 않았던가.
어쨌건 나는 지금, 한의원과 병원 양쪽에서 잠 줄이면 안된다고 했음에도 죽을 힘을 다해 잠 줄여 가면서 황금새 1부의 그 만연체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이야기 흐름도 개선하고, 거의 한권 단위로 출력해 놓고 빈 파일에 새로 쓰는 작업 중이다. 어차피 조아라 연재 시절에, 그리고 북토피아 때 읽을 사람 다 읽었을 텐데 무슨 상관이냐고? 글쎄, 집착이건 뭐건 부를 말은많은데, 그게 이번에도 종이책으로 못 내고 비루하게도 e-book으로 내는 내가, 읽을 사람을 위해 보이는 예의라고 해 두자.
그냥, 옛날 생각이 났더니 말이 길어졌다. 변명이라면 변명이고.
ps) 좀전에 자건님이 보여주신 글 http://ms0083.egloos.com/1013676 그래, 바로 제 말이 이거예요 T_T 가슴으로 울었다, 정말.
ps2) 그런 점에서 혈맥을 종이책으로 꾸준히 만들고 계신 타사우프님은 정말 능력자이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