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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스페셜 + 하이바맨 + 월하동 외전… 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September 2nd, 2010

월요일에 출판사 다녀왔습니다. 올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선보일 새로운 썸씽 스페샬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 건으로 같이 일하게 될 만화가님과도 인사하고 왔어요. 누군지는 아직 비밀. 근데 엄청 의욕있고 재미있고 같이 이야기하면 즐거운 분.

그 썸씽 스페샬한 무엇은 이런 거랍니다. (아, 퇴짜맞은 부분이에요.)

보시다시피 존잘앓이;;;에 빠진 문학 덕후 개그물입니다.

…….농담이에요, 농담. 퇴짜맞은 콘티라니까요. ㅎㅎㅎ

여튼 콘티도 짭니다. ^^ 하이바맨 때는 글콘티만 만들었는데, “누나팬 닷컴”을 하면서 콘티 그리는 쪽이 좀 발전을 해서, 이번에는 그림콘티까지 만들어요. 바쿠만을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이 콘티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쪽 맡으신 만화가님이 다시 세부콘티를 파서 오케이 받고 작화 들어갑니다.

그림도 무지 미려하고, 컬러링도 예쁘고, 저는 무지무지 마음에 드는데. 그림작가님도 저랑 같이 일하는 게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기대됩니다.

제게는 언제 돌아보아도 아픈 손가락 같은 “공대전설 하이바맨”은 웹진 판타스틱 구석에 습작게시판을 하나 얻어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http://cafe.naver.com/nfantastique/1808

전체공개로 올렸으니 그냥 로그인 안하고 보셔도 되고요.
아무래도 그렇게 시끄러웠던 글이니까, 작가게시판 같은 것을 얻고 싶어하는 것은 좀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튼 꾸준히 올리고 피드백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으로 족합니다. 기회가 닿으면 e-book이나, “그와 그녀의 화학반응”처럼 아이폰 앱북 등으로 낼 수도 있겠죠.

자, 콘티도 한 화는 또 퇴짜맞아서 돌아왔으니 주말에는 그거 손 좀 보고, 그리고 누나팬 닷컴도 다시 콘티 저축해야 하지 말입니다…. ^^ 잠을 자야 하는데 저녁때 잘못 먹은 고기 때문에 두드러기가 나서 지금 뒹구는 중입니다.

월하동 외전은 두편정도 더 쓰면 완결인데 그런저런 관계로 아직 쓰는 중. 되도록 빨리 마무리 하겠습니다. ^^ 벌써 9월, 이제 월하는 완전 품절녀가 되었군요. (먼산) 아, 월하동 속편에 해당하는 “그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받아주는 데가 없어….. 나중에 기력이 남으면 그것도 쓸 겁니다. 쓰고 싶은 게 많아서 오래 살아야 겠어요. ^^

ps) 아마도 추석 전에 홈페이지 대 개편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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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here

월하동 외전 : 엘리베이터를 탄 사나이(3)

August 26th, 2010

문이 열렸다.

비단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이 등 뒤에서 들렸다. 동장은 뒤를 돌아보았다. 반다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시커먼 연기 같은 것이, 그의 할머니, 김명화 여사를 감싸고 있었다.

아니, 그냥 멍하니 있다가 붙잡힌게 아니다. 그를 감싸려다 대신 잡힌 것이다. 동장은 급한대로 약지를 물어뜯었다. 살갗이 벗겨지며 피 한두 방울이 배어나왔다. 동장은 손을 내밀었다. 김 여사는 손을 뻗었다. 반투명하게 뒤가 비치던 김 여사의 살갗에 동장의 핏방울이 닿자, 그녀의 손은 실체가 되었다.

“C는 평면 R2 위의 조각적 미분가능(piecewise smooth)한 단순한 닫힌 곡선(simple closed curve)이라고 하고, D는 C를 경계로 하는 영역이라고 할 때……!”

동장은 케빈-스토크스 정리의 특수한 케이스인 그린 정리를 외치며 완드를 휘둘러, 그 끝에 모인 힘을 그대로 그림자를 향해 찔러넣었다. 손을 뻗어, 김 여사의 손을 맞잡아 당겼다. 김 여사는 동장의 가슴에 푹 파묻히며 앞으로 넘어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동장은 김 여사를 품에 안은 채 벽 쪽으로 굴렀다.

“뭐야, 저건……”

“하지 말라고 했잖느냐.”

김 여사가 고개를 들었다. 동장은 비명을 질렀다.

“하, 할머니!!!!!! 옷이 그게 뭐예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미소녀가 홀랑 벗고 품에 안겨 있는 상황이야 물건너 일본산 애니메이션, 또는 라이트노벨, 또는 애니메이션, 아니 아예 하드하게 야애니 같은 것만 찾아봐도 쉽게 굴러다니는 장면이긴 했지만, 그게 이미 수십 년 전에 돌아가신 자신의 증조할머니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벗어라.”

“어, 어쩌라고요! 저랑 할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사이……”

“지금 나보고 이 차림으로 다니라는 거냐!”

김 여사는 동장의 볼을 쫙 잡아당겼다. 동장은 울먹거리며 입고 있던, 한여름 관공서 에어컨 사용 자제로 대표되는 문자 그대로 쿨비즈의 상징 반팔 와이셔츠를 벗었다. 김 여사는 맨몸에 흰 와이셔츠를 걸치고, 동장의 벨트를 빼앗아 허리에 묶었다. 다행히도, 김 여사의 체구가 작은 덕분에 허리를 한참 지나 허벅지까지 다 가려지기는 했지만, 이건 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면구스러웠다.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이래서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된 건지 말씀은 해 보세요.”

“몰라서 묻는거냐.”

동장은 잠시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복도에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제외하면 불빛 한 점 없었다. 아무 사무실이나 문을 열고 들어가 창 밖을 내다보았다. 새벽 두 시, 밤은 깊어 하늘도 짙은 어둠이 뒤덮고 있을 시각인데, 꺼먹한 하늘 아래 새방 지평선이 불그레한 것이 꼭 동트기 직전처럼 스산하다.

“광화문이……”

하지만 그보다 더 섬뜩한 것은, 거리 풍경이었다.

달조차 뜨지 않은 하늘 아래, 드문드문 가로등이 켜진 것을 제외하면, 광화문 인근의 건물들은 불빛 한 점 없이 죽어 있었다. 그 흔한 교회 십자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북망산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이라고,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 정도는, 신을 보고 느끼며 범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힘을 쓰는 그가 모를 리 없는 일이었다. 그저 죽어 있을 뿐, 숨쉬지 않을 뿐, 바깥의 세상과 한 점 다름이 없어, 새로이 지은 광화문에 거대한 세종대왕 상, 밤이면 잠잠한, 도로 한 가운데 놓인 저 광장의 분수들까지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어둠 사이를, 보이지 않으나 느껴지는 것들이 천천히 걷고 있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세계라는 게, 저승이었습니까.”

죽어 돌아가는 그곳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으니, 그 중 깨달은 자는 마치 신선과 같이 신격으로 화하거나 그 윗 길의 하늘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이승과 꼭 같은 곳에서 죽은 자들끼리의 삶을 또다시 이어가는 법이다. 더러는 여기 머무르고, 더러는 이곳에서의 삶 역시 권태롭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윤회 속으로 돌아가며, 더러는 산 자들의 세상에 두고 온 한이 깊어, 이곳이 있음을 알면서도 차마 찾아오지 못하였다.

허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죽었어도 이곳에 오지 못하는 이는 있어도, 산 자가 여기 오는 것은 범해서는 안 될 금기라는 것. 동장은 자신이 어떤 금기를 범했는지 절감했다.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내, 어리석인 짓 따위 하지 말라고 했던 거다.”

김 여사가 탄식했다.

“어느 할미가, 제 손자가 제 발로 저승에 가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할머니.”

산 사람처럼 김 여사의 어깨가 손에 잡혔다. 동장은 입이 바싹 말랐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알아서 큰일이지. 몸을 잃은 김 여사의 영체가 아닌 실체가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자신이 있어서는 안 될 세상에 와 버렸다는 증거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승과 저승의 문이 열리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죠?”

“네가 몰라서 그리 묻는게냐.”

동장은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지난 번, 청계천에서 그 아래 또아리를 틀고 있던 지하국의 머리 여럿 달린 괴물이 머리를 내어밀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 벌어질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섞이고, 아직 명부에 적힌 때에 이르지 못한 이들이 명부로 끌려가는 일이 이어지며,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희롱하고, 산 자들은 죽은 자들을 두려워하며 무서운 혼란이 찾아들고 말 거다. 퇴마과가 있다고는 하나, 이정도로 큰 틈이 벌어진다면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동장은 완드를 고쳐 쥐었다.

“막야아 해요.”

“안 된다.”

“막아야 해요. 인터넷에 떠도는 그런 아이들 장난같은 주문만으로도 다른 세계에 넘어와 버렸어요. 원래 할머니 닮아서 영감은 강한데다 강하고 모셔야 할 분들이 제 등 뒤에서 저를 지켜주시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영적인 일들에 휘말리는 경우도 살면서 적지 않았지만, 이런 일이 이렇게 간단히 벌어지는 것을 보면.”

“이미 몇 명인가는 넘어왔다는 뜻이겠지…… 내, 그렇지 않아도 이 문이 너무 쉽게 열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반 선생은.”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반다인이었으니까, 5층에서 문이 열리고 여자가 탔는데도 믿었다. 차라리 월하였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누구였더라도. 다인이 5층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 선생이 놀라겠는데요.”

“월하 걱정은 안 하고?”

“하하…… 그러게요.”

동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귓것들의 세계를 엿보며 살아왔다고 해도.

두렵다. 살아있는 자들의 세계에서도 내 세상이라, 제대로 두 발을 땅에 듣고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월하라는, 그 사랑스러운 아가씨가 여고생에서 동직원이 되어 돌아온 뒤에야, 그 동사무소는 제대로 된 중력을 그에게 부여했다. 그가 있어도 좋을 곳들은 있으되, 여기에 언제까지나 있고 싶다고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르다는 것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이, 중2병적인 그런 고통이 아니라 정말 실존의 문제로 그를 늘 옭죄어 왔다. 자꾸만 보이는 죽은 이들의 눈빛에 짓눌려 차라리 목숨을 끊으려 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 죽었다면, 이 허무한 세계 속에서 길을 잃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겠지. 지금은 다르다. 한 번 죽은 이의 눈에는 그래도 여전히 살 만한 세상일 지 모르겠으나, 아직 숨을 쉬고 심장이 뛰는 살아있는 이에게는 숫자로만 이루어진 듯한 차가운 잿빛 세상을 내려다보며, 동장은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

“아까 그 반다인의 형상을 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지하여장군…… 이 아닙니까.”

“그래, 저승의 문지기, 무장승.”

김 여사는 동장의 손목을 살짝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산 자가 넘어오는 것도 황당한데, 이미 죽은 이가 대신이랍시고 산 사람에게 붙어 있으니 트집을 잡힐 만도 하였지.”

“할머니.”

“왜.”

“아직은 좀 더 있어 주셔야 해요.”

“왜, 내가 고 년에게 붙잡힐까봐서.”

김 여사는 키득거렸다.

“야나기 시로오같은 독랄한 놈도, 살아서는 나를 붙잡지 못하였는데.”

.
.
.
.
.
.

5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을 들여다보는데,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10층으로 올라갔다. 이 아저씨가 못된 버릇만 늘어갖고는, 장난을 치나. 혀끝으로 독설이 쏟아지려는 찰나, 반다인은 적어도 자신이 아는 한 이 남자는 이런 문제로 사람을 놀린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문득 떠올렸다. 이렇게 깨끗한데, 바로 몇초 전 사람-S.A.L-U에서 거슬리는 주파수가 잡혔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인은 버튼을 눌러 10층에 머물러 있는 엘리베이터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그 구석에 청테이프로 붙인 회로와 캠코더를 잡아뜯었다.

휴대폰도 두고 갔는데. 어디 다른 데서 내려서 사무실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 일단 회로와 캠코더를 조사해보기 위해 사무실로 가져오는 내내, 마음이 찜찜했다. 캠코더를 켜 보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충전기에 꽂아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충전 LED가 나갔거나 아니면 아예 고장이 났거나, 둘 중 하나였다. 메모리를 뽑아 컴퓨터에 연결했다. 회로도 분석시스템에 연결해 보았다. 회로는 끊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야. 기분이 더러웠다. 다인은 망가진 회로를 만지작거리며, 모니터에 떠오른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그 동영상에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5층에서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동장의 모습이 보였다. 문이 열렸고, 그 안으로 들어서는 것은 분명한 반다인, 그녀였다. 그 텅 빈 엘리베이터를 들여다 보며 인상을 쓰던 자신이, 그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동장은 무언가 그녀에게 말을 거는 듯 했다.

그리고 동영상은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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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동사무소

월하동 외전 : 엘리베이터를 탄 사나이(2)

August 22nd, 2010

“물론 동장님께 보편타당한 경우라는 것을 바라는 것이 사치스런 생각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사정을 듣자마자, 반다인은 여기까지 나온 시간이 아깝다는 듯 얼마 전 새로 바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시원한 것 생각 없느냐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는 대개 맥주나 팥빙수를 의미하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뭘 그래요.”

동장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트위터를 켜고, 새로 올라온 글들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아, 한심하기도 하지. 이 아저씨 이런 인간인 줄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이 염천지절에 시원한 것 운운하는 말만 믿고 잽싸게 튀어나오다니. 어리석었다. 한 때의 감정이었다고는 하나 잠시나마 이 인간에게 호감을 가졌던 자신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집 앞에 매달린 가로등 전구가 나가도록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싶어질 정도니, 뭐.

문제는 이 아저씨도 강적이라는 거다. 동장 역시 아이폰을 꺼내서 얼른 트위터에 접속하고는, 다인이 투덜거리는 말에 하나하나 RT를 달아대며 빙긋 웃었다.

“손끝이 오싹오싹하는 이런 경험,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정말로 그 엘리베이터 장난을 치실 생각이에요?”

다인이 고개를 들며 비아냥거렸다.

“어린애도 아니고.”

“어린애들이 하니까 더 무서운 거죠. 솔직하게 믿어버리건,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런 다른 세계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건.”

“경비아저씨는 안 무섭고요?”

“음, 그건…… 반 선생이 알아서 해 줘요.”

“여보세요.”

“여보세요가 아니라…… 이런 일 한두 번 해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동장님 아직 퇴마과에 정식으로 돌아오신 것 아니거든요?”

“아하하……”

“그러니까 아직은 제 상사도 아니고 제가 챙겨야 할 퇴마과 소속도 아니거든요? 알고는 계세요?”

“그러지 말고 좀 도와 줘요.”

에헷, 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것이, 여전히 소년같다. 벌써 서른 네 살이나 된, 아저씨도 이건 뭐 빼도박도 못할 문자 그대로의 아저씨인데.

“뭘 어떻게 도와달라는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그런 허황된 일을 두고.”

“허황된 일이긴 한데.”

동장은 아이폰을 집어넣었다.

” 기대든 소망이든, 간절한 마음으로 그걸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건, 새로운 틈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 되거든요. 과장님 은퇴하실 무렵에, 청계천에서, 기억나죠? 대통령이 며칠 자리를 비운 것 뿐이었어요. 하지만 서울을 결계로 보호한 부작들이 망가지거나 부정을 타고 결계가 느슨해진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중심을 잡고 앉을 궁이 비는 것만으로도 그런 사고가 나는 거예요.”

“설마.”

“설마는 인류 역사상 제일 사람을 많이 잡은 존재일 거예요, 내 생각에는.”

동장은 가방에서, 손때 묻은 완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기계로 깎은 것이라고는 해도, 다인이 몇 번이나 같은 것을 만들어 주었다고는 해도,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들어 주었던 그것을 동장은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기계’죠.”

“사람-S.A.L-U를 쓰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래요. 이미 그 장난이 어느정도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면, 그 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라도 이상할 게 없어요.”

“독각을 데리고 가세요.”

“혼자 오라고 했어요.”

“사람 혼자, 겠죠.”

“알고 있죠? 도깨비는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동장은 손을 들어, 다인의 뺨을 살짝 건드렸다. 다인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야기 들었어요. 내가 없는 사이에, 천신대감을 모시는 만신이 되었다고.”

“……별놈의 소문이 다 퍼진 모양이네요.”

“인간은 결혼했다가 이혼할 수도 있지만, 신을 모시는 것은 다른 일이에요, 반 선생.”

“……”

“반 선생은 혼자 나이들고 늙어가는데 독각은 그대로라고, 그렇게 생각할 것 없어요. 독각을 잃으면, 당신은 망가질 테니까. 그러니까 인간이 아닌 도깨비니까 험한 일에 내보내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알았어요?”

“……대체.”

다인은 고개를 숙였다. 가슴이 답답했다. 독각과, 다인에게 신을 내려준 박수칠 과장만이 아는 비밀. 가족들은 그러려니 하고, 쌍둥이 오빠인 다익만이 그 다인의 연인이라는 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겨우 알고 있을 뿐인, 그런 비밀스럽고 부자연스러운 관계. 하지만 동장은, 그 스스로 내림굿을 받지 않고 그저 견디고 감당하며 살아가는 이 남자는 다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모두 다.

“울지 말고요. 왜 그래요. 사실 나도 귀찮아서 안 받아서 그렇지, 그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괜찮아요. 하늘과 땅과 사람 사이에, 그 사이에 선 것이 만신이에요. 巫라는 글자 자체가, 그 뜻이라고 내가 말했잖아요.”

물론 그런 말을 들어 주었기 때문에, 이 일을 돕는 것은 아니었다.

그 런 개인적인 이야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서포트하겠다고 나섰다면, 그건 인간 반다인의 자존심 문제다. 하지만 동장은 늘 장난처럼 말하면서도, 언제나 그 알맹이만은 진지한 사람이었다. 밤 늦은 시각이었지만 불이 훤한 정부청사, 그 구석 엘리베이터의 내부 회로에 사람-S.A.L-U 회로들을 설치하고, 사무실로 돌아가 새벽 2시까지 기다렸다.

“그립네요. 독각이 타 주던 커피가.”

다인이 타서 내놓은 멀건 커피를 홀짝이며 동장이 중얼거렸다.

“영국 가서도 가끔 생각나더라고요.”

“이월하 선생한테는 말씀 하시고 나오신 거죠?”

“아, 그게요.”

동장은 전원이 꺼진 아이폰을 다인의 책상 위에 밀어놓았다.

“알면 날 죽이려고 들 거예요.”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걱정하면 또 인상 쓸 거라고요. 나흘 뒤면 결혼식인데, 예비신부가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생각해야죠.”

“동장님.”

“말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동장은 웃었다. 시계는 벌써 새벽 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슬슬 가 보죠.”

방법은 알고 있었다. 1층, 4층, 2층, 6층, 2층, 10층, 5층. 그 순서대로 엘리베이터를 누르다 보면 5층에서 여자가 탄다고. 등 뒤가 근질거렸다.

“하지 마라.”

“왜요, 할머니.”

김명화 여사였다. 동장은 어깨 너머로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세상 떠난 할머니를 슬쩍 넘겨보며 미소지었다. 김 여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하지 말라고 했어.”

“할머니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것 보니, 정말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네요.”

동장은 완드를 고쳐 쥐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해야 해요.”

“혼사 앞두고 무슨 짓이냐. 무슨 험한 꼴을 보려고.”

“저는요, 할머니.”

동장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반 선생은 5층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인간이 아닌 여자가 탄다는 그 곳, 그 여자에게 말을 걸면 안된다는 경고가 생각났다. 정말로 그런 여자가 있을까. 동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월하에게 했던 농담처럼 그 여자가 미인이기를 기대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억하시죠? 저 예전에 죽으려고 했던 것.”

“너.”

“전 그때 정말로, 제가 무엇이 되어야 할 지 몰랐어요.”

엘리베이터에 달린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그렇게 잘 생긴 것도, 실제로야 어떻든 똑똑해 보이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서른 네 살 남자의 모습. 동장은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안경 너머로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가 웃고 있었다.

“어디에 마음을 붙여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외로웠어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도 힘들었고, 남들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이렇게 답이 보이고 지름길이 보이는데, 그걸 왜 모르는지, 결국은 내가 말한 대로 하게 되면서 왜, 그렇게 고집들을 부리는지. 하지만 결국 제가 말한 대로 하면서도, 제가 그 말을 그 전에 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죠. 사람들이 보는 저는 서울대에 갔고 고시에 붙었으니까 머리는 좋지만 나사는 몇 개 빠진 그런 녀석이에요. 알고 계시죠?”

“네가 총명한 것을 내가 왜 몰라.”

“할머니는 아시죠. 다른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보는 것 말이에요.”

4는 네 원소와 네 방위, 4대 복음의 수. 하나의 굳건한 토대. 완전한 수. 엘리베이터는 4층에서 열렸다. 복도는 어두웠다. 비상구를 알리는 초록 불빛만이 눈에 들어왔다.

“고시를 보고, 박수칠 과장님을 만나고, 그 다음에야 저는 제게 주어진 이 무업이, 신을 받고 인간과 하늘 사이에 서야 하는 이 팔자가 그렇게 끔찍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왜 제가, 결국 신내림을 받지 않았는지, 아시죠?”

“……알지.”

김 여사는 괴롭게 중얼거렸다. 2층을 지나, 엘리베이터는 다시 6층으로 향했다. 6은 완전수. 약수의 총 합이 그 자신이 되는, 수학에서 말하는 퍼펙트 넘버. 생각해 보면, 그냥 의미없이 장난처럼 만든 주술이라 해도 이 숫자들의 의미를 굳이 따지고 들면 그 나름대로 통일된 의미는 있었다. 다시 2층을 지나 10층. 10은 최초로 두 자리가 되는 수이며, 동양에서 완전하다고 일컫던 숫자 중 하나다. 최초의 네 정수를 합한 수, 삼각수로 그려 나타낼 수 있는 안정적인 수.

“내가 왜 모르겠느냐, 너와 같은 업을 지녔던 내가.”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거예요.”

동장은 대답했다.

“이제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분명히 아니까요.”

“그래……”

“저는 할머니처럼, 이 나라를 위해 살고 싸우고,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제는 지켜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요.”

“다르기는 무에가 다르다는 거냐, 이 잔망스런 것.”

김 여사는 투명한 손가락으로 동장의 뺨을 잡아당겼다.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네 증조 할아버지를 위해서였고.”

“뭐예요, 할머니.”

동장은 웃었다.

“전 할머니가 무슨 잔 다르크 같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했는데.”

5층을 눌렀다.

4도 6도 10도, 다 저 나름대로 완벽함을 지닌 수.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2가 놓여 있다. 숫자 2는 의심이요 분쟁, 불화며 분열, 양성. 하나의 가지에 열린 두 개의 열매. 다른 것, 신과 마주하는 타자, 악의 수, 나눔의 수. 창세기의 둘째 날에는 뭘 해서 좋았더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완벽함의 반대, 이 세계와 마주서는 어떤 것. 동장은 거울을 흘낏 쳐다보았다. 5층에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뭐예요.”

동장은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여자가 들어온다더니, 반다인이 서 있었다. 다인은 별 말 없이 어두운 복도에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 안을 들여다 보고는 얼른 올라탔다. 동장은 웃으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1층을 누르며 한 마디 했다.

“괜히 긴장했네요.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잖아요, 이거.”

대답이 없었다.

등 뒤에, 할머니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동장은 순간 엘리베이터가, 아래가 아니라 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번호판의 숫자가 하나씩, 등차수열을 따라 올라갔다. 8층, 9층, 그리고 10층.

금기.

5층에서 탄 여자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떠올랐다. 문이 열리려는지, 엘리베이터의 끼익끼익하는 기계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ps) 역시 초고상태입니다. 중간중간 수정할 수도 있고 오탈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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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동사무소

월하동 외전 : 엘리베이터를 탄 사나이(1)

August 19th, 2010

그러니까 이 일은, 결혼식을 겨우 닷새 남겨놓은 상태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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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동사무소 외전 : 엘리베이터를 탄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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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는 식 하고 바로 반납하는 것이란 말이죠?”

동장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결혼식 준비라는 게, 그렇지 않아도 웬만한 남자들의 진을 빼놓는 것. 그래도 지난 여름 미리 들어와서 웨딩촬영같은 번잡한 일거리를 해치워버린 덕분에, 지금은 그저 즐기듯 결혼 준비를 하면 된다고 듣기는 했지만.

설 레는 마음으로 결혼식을 기다리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이런 데는 좀 둔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다 동장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인물들은 대개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결혼의 주례를 맡을,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서 족집게 박수무당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박수칠 과장만 해도 이혼당하고 멍멍이를 벗삼아 지내고 있는 팔자라 낭만적인 결혼이니 사랑이니 그런 데 회의적이었고, 동장의 형님은 그저 매사 진지한 남자다 보니 낭만과는 또 거리가 멀었다. 동장이 존경하는, 인현공과대학교 수학과 교수인 진시형 교수는 부인과 사별한 이후로 낭만이니 연애니 그 비슷한 말만 들어도 깡소주부터 들이켜 대니 뭘 물어 볼 수도 없고, 한때는 동화같은 사랑을 외치던 동장의 사촌 누님도 지금은 애 딸린 아줌마요, 동장의 성장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저, 그 우리의 형수님은, 전직 농협 직원이었던 경력을 살려 지금은 심심하면 월하를 잡아다가 앞으로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하고 있었으니.

이 남자, 지금 뭘 보고 어떻게 놀아야 할 지 감도 못 잡고 있는 상태였다.

“왜 그러시는데요.”

“아니, 내 오랜 로망 하나가.”

그리고 지금, 그의 사랑스런 예비신부 이월하는 오랜 로망이라는 말을 듣자 마자 무슨 소리인지 알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동장님.”

“예.”

“설마 그 오랜 로망이라는 게, 웨딩드레스 째 첫날 밤 침대에 휙 던져놓고 북 찢고 뭐….. 그런 것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죠?”

“하하하.”

“하하하?”

“…..이월하 선생은 날 너무 잘 알아서 큰일이에요.”

그러니까 그 말이 빙고라는 뜻이다.

“……그러다가 돌침대면 어쩌려고요.”

“베개 있잖아요.”

그런데다 또, 그런 에로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생각은 잘도 해낸 주제에, 또 엉뚱한 부분에서 합리적이다. 옛날부터 이런 인간인 줄은 알았지만, 결혼을 앞두고 평소보다 훨씬 더 섬세해 진 월하는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아, 정말. 동장님 자꾸 그럴 거예요?!”

“그치만 심심하단 말이에요.”

“뭐가요.”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요, 뭐? 이상한 일이라든가. 아무리 퇴마과가 퇴물이 되었다고 해도, 나 한국에 없는 사이에 뭐 재미있는 일 없었을까 싶은데.”

하긴, 그렇다.

이 번 결혼식 마치고 올 겨울에 다시 퇴마과로 돌아와 과장으로 승진할 예정인 이 남자, 영국에 가서 드루이드 마법까지 배운다고 설치고 다녔으니 뭔가 실습할 기회만 호시탐탐 찾아 헤매는 게 정상이겠지. 월하는 혀를 차다가, 문득 생각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애들은 웃기는 걸 하더라고요.”

“웃기는 것?”

“있잖아요, 홍콩할매니 그런 것 처럼.”

“우와, 오랜만에 들어보내요, 홍콩할매…… 근데 뭐가 웃긴데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 있죠.”

“엘리베이터?”

얼마 전 월하가 버스에서 들은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특정 순서로 각 층을 이동한 뒤 5층으로 간다. 이때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타면 절반은 성공. 이 여자는 사람이 아니므로 절대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탄 후 1층을 누르면 엘리베이터는 10층으로 올라가고, 10층에서 밖으로 나오면 이곳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그 엘리베이터에서 탄 여자랑 자기밖에 없다는 거예요.”

“오, 그래요? 그 여자 예쁘답니까?”

“동장님!”

“농담이에요.”

“……심심한데 가서 해 볼까.”

“어디서 하신다고요. 설마 정부청사 엘리베이터에서 하시겠다는 건 아니시죠?”

“……”

“동장니임!”

“농담이에요. 뭐, 여차하면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라도 가서 해도 되고. 어떻게 하는 거래요?”

“어떻게라뇨.”

동장의 표정은, 마치 사건을 물어든 셜록 홈즈처럼 생기에 빛나고 있었다.

” 예전에는 ‘소문’이 퍼지는 게 꽤 느렸어요. 요즘은 다르죠. 인터넷에 한 번 뜨면 순식간에 퍼져요. 나만 해도 영국에서 인터넷 보다 보니까 그…… 인형 뱃속에 쌀 넣어서 인형이랑 숨바꼭질 하는 것도 있고. 순식간에 유명해지잖아요, 디씨라든가, 학생들 많이 다니는 커뮤니티나 블로그들 통해서.”

“그렇죠.”

“그런 거, 그냥 하면 꽤 위험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정말로 그렇게 하면 귀신이 들어와요?”

몇 년이나 귀신을 잡고 다녔는데도, 일단은 갸웃거리기부터 한다. 하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방법 따위로 정말 귀신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도 하지만. 동장은 웃었다.

“그럼요, 쌀이라는 것 자체가 혼을 부르는 매개체예요.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 혼 부를 때에도 쌀을 쓰거든요. 나중에 보여줄께요. 여튼, 그거 정말로 해보긴 했어요. 흥미롭기는 했는데.”

“……”

“아, 그렇지. 영국에서는 우리나라 쌀 같은 게 비싸서, 하고 나서 알맹이는 꺼내서 다시 밥 해먹었어요. 그러니까 먹는 음식으로 장난친다고 그런 무서운 표정은……”

어째서인지, 대답이 없었다.

한순간 오싹할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뒤돌아보는 월하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동장은, 어떤 귀신 앞에 데려다 놓아도 뻔뻔하게 복숭아가지 완드로 쿡쿡 찔러보기부터 할 것 같은 이 호기심만 많고 철없는 남자는, 월하의 시선에 마치 저승사자라도 만난 듯 얼어붙었다.

“이, 이월……”

“위험하다면서요.”

“그렇긴 하지만 난 전문가……”

“위험하다면서요! 결혼식 날짜 다 잡아놓고 뭐 하는 거예요!”

“아, 그래서 나에게는 언제나 행운의 부적인 이월하 선생의 사진을 가슴에 넣고……”

“이 아저씨가 정말, 그거 공공연한 사망 플래그잖아요! 이왕 그러는 것 혼자서 파인애플 샐러드라도 해먹지 그랬어요? 아, 몰라. 안 살아. 결혼 안 할래요!”

여튼.

월하가 뭐라고 하건 상관없이, 이 남자의 호기심이란 원래 도를 넘어서는 구석이 있었다. 그나마 동사무소에 근무할 때에는 그 특유의 게으름과 귀차니즘 때문에라도 뒹굴뒹굴거리다가 그냥 넘기는 일도 많았지만, 이렇게 결혼 준비 같은 것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놀아주지도 않는데다, 덧붙여 수면 시간도 충분한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이 호기심이 잘못 뻗친 앞머리처럼 쭈뼛 솟아오를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무려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하여 사무관이 되었다가, 국비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불과 서른 네 살의 젊은 나이로 서기관 승진을 앞두고 있는 이 잘나디 잘난 남자는, 형수님이 예비신부와 뭐 준비한다고 나가버리고 집이 텅 빈 사이, 컴퓨터를 켰다. 뒹굴뒹굴 빈둥빈둥, 그 화려한 스펙에 어울리지 않게 잉여잉여한 것이, 차라리 동물원에서 애지중지 사육되는 판다로라도 태어나고 싶었을 것 같은 이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다른 세계에 가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일단 준비물은 10층 이상의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 단, 2층에서 멈추어야 한다 이거지.”

소문의 방법은 생각외로 간단했다. 10층이상의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 또는 건물에서 반드시 혼자 실행해야 하며, 중간에 실행하는 사람 외의 다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타면 실패한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4층으로 간 뒤, 문이 열리면 2층을 누른다. 2층에서 문이 열리면 6층을, 6층에서 다시 2층을 누르고, 2층에 도착하면 10층을 누른다.

“10층에서 문이 열리면 5층으로 내려가라……”

소문에 따르면, 5층에 도착하면 여자가 한 명 탄다고 한다. 여자가 타면 1층을 누르고 기다린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는, 1층이 아니라 10층을 향해 올라간다. 다른 세계에 가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10층이 아닌 다른 층을 눌러 내리면 다른 세계로 끌려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0층에 도착하면 당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 설명문의 맨 마지막에는, 어쩐지 오싹한 한 줄이 덧붙여져 있었다.

-같이 탄 여자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실 도시전설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형식미가 갖추어져 있을 수록 빨리,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퍼지게 된다. 그냥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세계로 넘어갔다거나, 변기 뚜껑을 열고 마왕들의 세계로 갔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사람도, 이렇게 특정한 의식이 주어져 있으면 혹시나 정말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저 수비학적인 장난이긴 한데……”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그 자리가 다른 세계와의 통로라고 굳게 믿게 되면, 그 자리에는 그 믿음의 크기만큼 균열이 생긴다.

일본 침략기에 국토 전반에 쇠못질을 당하고, 다시 풍수적 고려라고는 없이 빠르게 고도성장기를 맞으며 심지어는 십승지라 불렸던 곳들조차도 풍수적으로 쇠약해진 이 나라의 곳곳에는, 그렇지 않아도 마물들이 튀어나오는 틈새들이 있다. 그런 틈새들을 찾아내어,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란하게 만드는 마물들을 없애기 위해 행정안전부 마물퇴치과, 약칭 퇴마과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만들어진 틈새 때문에도 일거리가 장난 아니게 많은 판에.

“이 사실을 믿고 실천해보는 아이들이 있을 거라는 게 문제네……”

성경에는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길 수 있다고 했다. 하물며, 순수하게 이 사실을 믿는 아이들, 학교 생활이건 가정 문제건 현재의 생활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진 나머지 이곳을 떠나 다른 세계로 가기만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이, 이런 도시전설을 믿고 실천한다면 정말로 그만큼 틈이 벌어진다. 동장은 서랍을 열었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쓰던, 반다인이 만들어 주었던 완드가 남아 있었다. 할머니의 무구들도 검은 녹은 앉았으되, 닦아내면 다시 서슬퍼런 빛을 띨 것이다.

이런 일을 의논하면 걱정하겠지.

월하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동장은 폰을 열어 다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저기, 반 선생. 난데요…… 날도 더운 데 시원한 것 생각 없어요?”

(꼐속)

ps) 중간중간 수정될 수 있습니다. 퇴근하고 바로 쓴 따끈따끈한 초고라서요.

ps2) 엔픽문고 관련해서 글 삭제 없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분명히 있긴 하겠지만, 가끔은 삶은 호박에 이도 안들어가는 경우도 분명히 있는 겁니다. 무익한 행동 하지 마세요. 날도 더운데 왜들 그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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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동사무소

겁나 엽기적인 꿈

August 14th, 2010

꿈에 아마도 나는 결국 하이바맨을 개인지로 찍어서…… 책을 신라면 박스 같은 데 잔뜩 담아서 서코나 서플 비슷한 데 끌고 나갔다. (아마 서플이었던 것 같다)
거기서 모 라노베 작가님이….. 알은체를 하셨다.
그러다가 “모 만화가님이 이번에 유#왕 동인지를 찍어내셨던데 가볼래요?”해서 나는 부스를 누군가에게 잠시 부탁하고 갔다. 그래서 동인지를 사러갔는데 갑자기, 그 부스 앞에 서자 마자 이건 완전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등장처럼 갑작스럽게, 맥랙없이, 배경이 새카매지더니.
##님이 등장하셨다.
“You two, 프로가 왜 여기 와서 책을 팔고 있느뇨!!!!”(평소 말투와 완전히 다르다)
으아악. 하고 꿈에서 깨어났다.

…….개인지 찍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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