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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생축+월하의 동사무소 외전 : 합수지

February 2nd, 2010

기본적으로 작가는 자기 이야기에 대해서, 남이 리퀘한다고 뭐 쓰고 만들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것을 두고 팬픽 쌔우는 것과 달리, 이쪽은 작가가 쓰면 공식 설정이 되는 것이니까요. 남이 원한다고 써주고 만들어주고 하는 건, 자기 세계관을 자기가 갉아먹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 스스로 싼티나는 짓이잖아요.

설정 내에 있는 것을 바탕으로 간단히 연성하는 정도라면 가끔 리퀘를 받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건 자기가 할 마음이 들었을 때죠. 세계관이 무너진다고 설명하니까, 메일로 저한테만 보여주시면 되잖아요, 라고 말씀하시는데. 나우누리 때 썼던 글을 딴녀석이 지가 썼다고 들고 튀어 홈페이지에 올린 꼴도 봤던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제가 쓰는 글은 제 블로그를 통해 나가거나, 아니면 출판물이건 이북이건 제대로 제 이름을 박고 나가는 게 옳겠죠. 그게 대하 장편소설이건, 아니면 예전에 썼던 라이트노벨의 아주 소소한 외전이건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래서…….

하아……. 예, 제가 저보다 많이 어린 여자들의 부탁에-울거나 징징거리거나 하면 특히나 더- 약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종종 도망쳐버리는 일도 있기는 있는데. 제가 곤란하다고 하는 건 진짜 곤란한 거예요. 위에 말했듯이 합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리고, 님도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말이에요.

작가가, 자기 친분 때문에, 그냥 친한 사람이 부탁하니까, 그런 식으로 친목질에 절어 자기 세계관을 스스로 망가뜨리면, 그 이야기 속의 세계는 영원히 절름발이가 되는 거예요.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남의 팬픽을 쓰는 것과는 무게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는 님하고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으니까 이런 부탁은 가급적 다시 없었으면 해요. ^^ 특히;;;; 원작자에게 누구와 누구의 BL을 써다라고 하는 것은…… 그건 누가 봐도 좀 그렇긴 하죠. 제가 더더욱 쓰면 안되는 거고.

그건 그렇고, 생일 축하해요. 스무살 넘었으면 그냥 버럭 하고 화내고 말았을 텐데, 말했다시피 난 여자들이 어렵거든요. ^^;;;;;; 자, 내가 일부러 각잡고 이야기 한 것, 님도 언젠가 글을 쓸 것이라고 했으니까 좀 더 각잡은 것도 있긴 있어요. 생일과 새해 맞아서, 이제 진짜 님의 글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할께요.

ps) 외전 짧게 쓰니까 쉬울줄 알죠? 그새 개념 잊어버린 것들 몇가지 있어서 저녁 내내 옛날에 파일로 보관해둔 논문들 다시 꺼내 읽고서 쓴 거란 말입니다. 으어어어어어 T_T

ps2) 작중 시점은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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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생일인 모님의 리퀘를 받아(이런 일 다시는 없어요!)
월하의 동사무소 외전 : (본편을 안보신 분들은 미스터블루에서 보실 수 있어요)

합 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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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제 그만해……”

그것은 하나의, 밀도가 다른 두 액체를 뒤흔들어 섞어낸 칵테일.

“그만……”

“정말로 그만두길 원하시는 겁니까?”

남자와 여자가 아닌 인간의 여자와 도깨비.

“……”

“그만둘까요?”

“……”

“반 선생님.”

“……마음대로 해 줘.”

본능의 기저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종의 만남. 그래서 그녀는 이 모든 몸짓을, 인간이 다른 종과 교접하는 이 행위를, 수간이라는 역겨운 표현 대신 이종격투기라고 에둘러 말하곤 했다. 호흡은 가빠오고, 살갗과 살갗이 닿은 자리마다 서로의 땀이 배었다. 호르몬내 섞인 땀내를 풍기는 보통의 남자와 달리, 도깨비에게는 그런 체취는 없었다. 스스로 씻지 못해서 더러울 뿐, 독각처럼 씻는 법을 억지로라도 익힌 도깨비에게서는 거친 수컷의 냄새가 아닌, 상쾌한 비누 냄새가 났다. 형체조차 엉기지 못하는 음습한 귓것들과 달리, 괴이한 것임에도 그야말로 양기의 정수라 하는 도깨비였지만, 그의 뜨거움은 그렇게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낮에 사무실에서 만나는 그는, 언제나 반듯하게 다림질한 흰 드레스셔츠에 군청빛 바탕에 미색 페이즐리가 수놓인 넥타이, 그리고 검은 수트 차림의, 차갑도록 단정한 신사였다. 그의 손은 건조했지만 차가웠고, 그의 말투는 늘, 조심스럽고 조용했다. 인간의 말과 인간의 감정을 책과 드라마로 배운 탓에 때때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말을 할 때도 있었지만, 어디로 보아도 독각은 점잖았으며, 언행에 기품이 있고, 또 잡지식과 교양이 있었다. 양기가 강하고 여자를 좋아한다는 도깨비답지 않은, 그야말로 레어 아이템이라 불리던 동정 도깨비. 행정서기 김독각은 그런 도깨비였다.

이렇게, 밤이 되면 물어뜯듯이.

세상에 밝혀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신부를 탐욕스레 정복하는 그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당신은 나의 신부라고. 그의, 낮에는 더없이 차고 매끄러운 손이 열기를 띠며 다인의 허리를 붙잡았다. 뛰어놀듯, 찐득이는 늪 속으로 자맥질을 치듯 다인을 파고들며, 독각은 열에 들떠 숨을 헐떡였다. 다인의 목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신음이 끓어올랐다. 심장의 고동과, 달리는 숨결과, 그리고 인간의 소리 같지 않은 교성이 몇 번이나 엇갈리자, 뜨거운 것이 분출하며 다인의 몸 속을 깊이 훑었다.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렇지?”

다인은, 조금 전의 격렬함처럼 구겨진 흰 시트 위에서, 새하얀 홑이불로 가슴을 가리듯 하며 몸을 일으켰다.

“너와 내가 이런 사이인 것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는 일이었다. 서소문과 새남터와 절두산, 삼대 순교성지를 중심으로 망령들이 일어나고, 목을 잃은 사내가 순교당한 주인을 찾아 헤매던 그 때에, 독각은 퇴마작전 수행 중 중상을 입었다. 인간이었다면 즉사했을 만큼 심한 부상이었다. 절두산 십자가의 길에서 동장이 긴 긴 진오귀의 노래로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사이, 다인은 독각을 찾아 달렸다. 홍대 정문 근처, 크라제 버거 뒤쪽에 있는, 천년이 넘는 세월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아 온 동해 용왕의 아드님이 소일삼아 차린 카페, 화사(花巳)를 향해서. 손 안에서 느껴지는 혀가죽의 떨림,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독각과 함께 경련하는, 그의 본체이자 생명의 본령인 백구두의 혀가죽이 이끄는 대로.

-난 너보다 빨리 죽는데다, 늙어버리기까지 하는데.

그날 밤이었다. 이곳에서는 성은 문이요 이름은 지귀라는, 뜯어보면 뜻은 좋으나 발음상 참 뭣같은 주민등록상의 이름을 하고 살아가는 처용이 자신에게 주민등록을 만들어 준 남자와 밤새 벗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처용이 사는 집, 카운터 뒤쪽의 작은 문을 열고 삐걱이는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나오는, 좁으나마 방이 두 개에 주방이 있는 그 집의 곁방에서, 다인이 목에 건 로자리오를 끊어버릴 듯 채어 벗기며 독각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입맞추었다. 명색이 직장 상사가 바로 아래 층에서 밤새 차를 마시고 있는데, 무너진 보를 넘어 폭풍에 실린 물결이 몰아치듯 독각은 그렇게 다인과 연을 맺었다. 그녀가 알고 있던, 차갑고 단정하며 늘 어딘가 조심스러운 구석이 있던 도깨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밤, 세상의 어느 한 구석에도.

-그런데도 너는.

그해 여름, 다인은 휴가 내내 남몰래 은퇴한 박수칠 과장을 찾아갔다. 배운적도 없는 군웅거리를 홀린 듯 풀어내는 다인을 보고, 박수칠 과장은 약식으로나마 내림굿을 해 주었다. 굿을 주재할 일은 없을 것이므로 솟을굿이야 하지 않을 것이나 그래도 무당이라 간단히나마 무꾸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박수칠 과장이 구애비를 뜨기 전에, 점사로 번 돈으로 처음 맞추었던 칠성방울을 내어 주었다. 그렇게 다인은 밝은 낮에는 독각의 상사였으나, 주말이 되고 다시 해가 져 세상이 어둠에 뒤덮일 시각에는 천신대감 도깨비를 섬기는 무당이 되었다.

“알려질까봐 두려우십니까.”

정욕에 들뜬 얼굴은 어디로 간 것일까. 도깨비의 얼굴은 희고 반듯했다.

신라 진평왕 때, 도깨비의 몸으로 각간의 양자가 되어 집사 벼슬을 지냈다는 길달의 얼굴이 저랬을까. 다인은 홑이불을 감은 채 몸을 옆으로 눕히며 독각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마른 근육이 잡힌 등에 군살없는 허리, 몸의 선이 슬쩍 드러나는 저지 팬츠 차림으로 아침 준비를 하던 그가, 다가와 다인의 뺨에 손을 대었다. 손은 차가웠다.

“……귀신과 접하는 것이야 귀접이라고 따로 단어라도 있지, 도깨비와 하는 건 뭐라고 불러야 하지?”

“글쎄요.”

“과장님도 그런 건 안 가르쳐 주셨으니까…… 동장님이 혹시 알지 않을까?”

“여쭤볼까요. 요새 메신저 자주 들어오시던데.”

“아, 안돼.”

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인간, 너나 내가 그런 것 물어봤다가는 바로 속모르고 축하해요 하고 해해거릴 거야! 싫엇!”

“신경 쓰이시는 겁니까……”

“응?”

“아직도 동장님을 신경쓰시는 겁니까, 반 선생님.”

성급한 도깨비 같으니.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독각은 다시 다인의 어깨를 한 손으로 눌러 쥐었다. 그의 품에서 숨을 헐떡이며, 다인은 중얼거렸다.

“다음번엔……”

저 아래 먼 어디에선가부터 끓어오른 열기가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다인은 엉뚱하게도 손돌목을 생각했다. 김포와 강화를 마주보는, 비죽비죽 솟구치며 깎아질러 감아돈 돌부리 위에, 강화앞바다의 바닷물과 한강의 마지막 물줄기가 역류하고 요동치며 포효하는 곳. 그 격렬한 합수를.

“같이…… 강화에 가지 않을래?”

“안되겠는데요, 딴 생각을 하시는 것을 보니……”

“앗……”

강물과 바다처럼 닮았지만 다른 인간과 도깨비가, 서로 만나 동료가 되고, 사랑을 하고, 하구의 강물이 바다를 희롱하듯 거칠게 엉키어 하나가 된다. 다인은 독각의 목을 당겨 끌어안았다. 어쩌면 인간도 도깨비도 남이 아니었을 먼 시절, 그 인간의 시원에서 들렸음직한 파도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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