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감사하는 나의 전기주전자 포스팅
범사에 좀 감사하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그다지 감사하지 않다가
오늘, 침대에 누웠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방은, 물론 부엌과 욕실을 빼면, 책상과 침대를 놓으면 앉을 자리가 안남아서 빨래 너는 날은 침대에서 빨래통을 밟고 부엌으로 넘어다녀야 하는 작은 방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던 고시원보다 그냥도 두배, 욕실과 부엌까지 하면 세배는 될 것 같은 방이다. 그래, 그거야 뭐. 전보다 돈을 잘 벌게 되었다는 점도 있으니 그렇다고 쳐도 정말 고마운 것은 전기주전자다. 지금은 저것을 냉장고 위, 밥통 옆에 두고 살지만, 군산에서 고시원에서 지낼 때에는 책상 위, 노트북 컴퓨터 옆에 두었더랬다.
어느날 뜨거운 물을 끓이고 유리머그에 부었는데, 유리머그 바닥이 툭, 깨져버렸다. 아니, 빠졌다고 해야 할 거다. 그 물이 그대로 컴퓨터와 내 허벅지로 쏟아지는데, 나는 노트북 본체를 들어올렸다. 자리에서 피하는게 아니라. 의자에 앉아있었고 방은 그때도 과하게 좁아서, 둘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컴퓨터를 젖은 채 침대 위로 올리고, 그러고 허벅지를 내려다보니 물집이 잡혀 있었다.
지금은 본체가 책상 안쪽에 있으므로, 물이 쏟아지더라도 잠시 버틸 수 있다. 그 이전에 의자를 뺄 공간 정도는 있으니까. USB와 본체에 교차 백업을 하고 있고, 그 내용은 직장에 있는 보조하드에도 주에 한번 백업하고 있으므로, 설사 컴퓨터가 망가지더라도 원고가 날아가지는 않을 거다. 다시 말해, 쓰던 글 살리자고 2주동안 허벅지에 화상연고를 바르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려다 말고 다시 일어났다. 내, 이놈의 씨엘 동영상을 다 만들어야 빨리 글을 팍팍 쓰지. 딴짓이 한번 꽂히면 끝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