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차 동인녀는 하늘도 날 수 있….?!
팬픽질을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두고 제로델과 앙드레와 오스칼이 맨날 치고 받는 개그물이라든가 뭐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중학교 가서는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해서 다양하게 저변을 넓히고,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는 남남상열지사에도 눈을 떴으니(이게 좀 늦어진 주요 원인으로는, 당시 내게 에로에로만화의 세계를 눈뜨게 해 주었던 친구놈들이 죄 다 사내놈들이다 보니 엔젤은 보아도 절애는 못보고 있던 그런 시기였기 때문이랄까 뭐랄까……), 우리 학교 알바냥들이 한글도 떼기 전….. 이 아니라 알바냥들이 엄마 뱃속에 있던 시기에 나는 이미 초보적이나마 팬질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PC 통신이 아니라 노트에 써서 모으고, 그 다음으로는 창작인 연습장 만화를 그리고, 다시 팬픽을 쓰고, 연스장 만화들이 한권한권 쌓여가면서 자기 소설의 세계관을 잡아가기 시작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어쨌건 처음 만나는 소설이라 해도 그냥 팬픽쓰는 기분으로 설정 뜯고 있다 보니 각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며칠 사이 내 하드에는 본문에는 등장하지도 않을 온갖 잡자료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시험보러 나오는 길에 본가에 들러 다른 것들과 함께 요리책까지 가져오느라 정신도 없었고. 그 사이 그림작가님은 설정화 등등을 메일로 계속 보내주고 계셨다. 아아, 이런 설덕후 라이프. 남의 원작으로 하면 설덕질 안해도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1화를 한번 짰더니 너무 스피디해서 땡. 그걸 두 화로 나누는 기분으로 다시 짜 보기로 해서 지금 1화까지 하고 2화 초입 들어갔다. 아직 계약서도 안 썼고, 그야말로 아닌밤중에 구원투수 식으로 이상하게 콘티작업에 투입되기는 했지만, 이왕 하는 것이면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 수요일까지 콘티 50매, 이번 주말까지 100매 만들어서 보내고 통과가 되어야 일이 시작될텐데. 빨리 다시 내 글을 쓰고 싶기는 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은, 내 글이야 어쨌건 시간만 허락하면 누가 시키는 사람 없어도 알아서 쓰고 있을 것이요, 일은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 어쨌거나 7, 8월은 그렇지 않아도 직장 일 때문에라도 점심은 지옥에서 먹게 될 판이긴 했는데 그럼에도 확정되지도 않은 일거리를 물고 와서 좋다고 콘티질하는 나님도 참 뭐랄까. (먼산) 하여간 전혜진님 화이팅이다.
그나저나 원작 본문에 슬픈 언약식 가사가 등장해서 하는 소리인데 나는 그 노래 나온 이후로 김정민 것을 더 안 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건 작곡한 사람 탓이긴 한데, 어쩌겠는가. 그놈의 노래만 들으면 당시 내가 열심히 듣던 빌리 조엘의 Honesty가 아주 노골적으로 떠오르는 걸. 그래서 생각이 나서 바로 담당님께 메신저를 걸었다. 원작이 영화/드라마 화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김종학 프로덕션하고는 상관없죠? 원작은 영화화 되는 거고 저어어얼대 상관없다고 확답을 주셨다. 다행이다. 혹시 긴가민가 했으면 아직 계약서도 안 쓴 것 과감하게 도망치려고 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고, 법정에서 판결이 어떻게 났건 슬픈 언약식을 들으면 Honesty가 떠오르듯이, 송아무개씨가 치졸한 표절놀음을 하려다가 어린 팬들에게 잘못 걸려서 자기 시놉시스랑 천만리 떨어진 물건을 내놓고는 표절 안했으삼 하고 그러고 있더라는 것도, 생각할 수록 불쾌하지만 어쨌건 일어났던 일이니 말이다. (먼산) 적어도 앞으로 가는 길에 걔네들 비슷한 것, 아니, 드라마 작가 비슷한 것이 걸려들지 않게 하고 사는 것이 내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적어도 김종학 프로덕션네 돈이 얽힌 일은 안 하는 게 또 내 그분에 대한 예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