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일때는 그 책에 손대지 않는다는 성질나쁜 버릇 때문에, 나무를 아직 읽지 않고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 자체는 좋아하지만, 날카로운듯한 소재 선정과 흥미로운 전개 사이에서 묘하게 해가 갈 수록 식상해지는 기분을 느껴, "뇌"도 아직 읽지 않은 터였다. 게다가 이 "나무"는, 나올때 yes24에서 얼마나 삐까찬란하게 이벤트를 하던지, 정말로 남들 한참 읽을 때 읽고싶지 않아졌다고 해야 할까.

나무는 베르베르의 다른 책들처럼 긴 호흡과 다양한 복선을 지닌 장편은 아니다. 단편이라고 부르기에도 조금 짧지만 엽편이라 부르기에는 약간 긴 이야기들이 모여 있는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완벽한 은둔을 꿈꾸며 영양액을 공급받는 뇌로 남았던 남자의 이야기인 "완벽한 은둔자"와, 지구를 진주조개삼아 화려한 진주를 만드는 외계인들의 이야기인 "냄새"였다. 솔직히 장편의 호흡에 익숙한 작가가 단편에도 능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쪽이 매력적이었다. 천사들의 제국을 흥미롭게 읽은 동시에 후반부를 꽤나 지루하고 무미건조하게 넘겼던 기억이 살아있는데다, 장편은 세번까지는 흥미롭게 읽어도 그 이후에는 그다지 흥미롭게 읽기 어려웠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여러번 다시 읽게 만드는 매력은 이쪽이 더 강하다. 솔직히 말해, 콩트에 가까운 에피소드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짧은 페이지 안에 독자를 확 잡아끄는 매력을 보고, 나는 "개미"에서 보았던 베르베르의 매력이 이런 짧은 글들 속에서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작 읽지 않아서 후회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