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2500이나 싸게 나왔다고요. 그걸 좀 더 후려쳐서 3000을 깎았죠. 그만하면, 도련님도 당장 결혼할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 사이에 더 벌어서 융자 메꾸면 되고. 그 집에는 월세를 받아서 그것도 같이 메꾸고 하면 결혼하기 전에는 온전히 자기 집 되죠. 안 그래요?"

의사 선생은 넥타이를 풀어 놓으며 아내의 말을 듣고 있었다. 오늘따라 일찍 불러내더니, 아내가 끌고 간 곳은 다름아닌 변두리의 작은 아파트 단지였다. 동생이 고시에 합격하고 지방에 내려가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부터, 아내는 무슨 사채업자 부럽지 않은 태도로 동생의 월급을 반 이상 강탈해다가 차곡차곡 모았다. 아니, 이제 직장도 다니고 자기 할 일 다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그랬다가는 평생 로봇 장난감만 가득한 이삿짐을 끌고 전세나 옮겨다녀야 할 거라고요. 아니, 지금 남은 것 갖고도 취미생활 잘 하잖아요? 그리고 나중에. 서울시내 집은 뭐가 되건 오르긴 오를 텐데 나중에 꼭 필요하면 그거 오른 거 팔아서 원하는 대로 유학 가도 되잖아요? 사람이 뭘 하려면 대책이 있어야죠, 대책이."

바로 이런 이유로, 삥뜯은 통장에 5천만원이 모이자마자 그녀는 시동생을 위해 집을 고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것이, 오늘 본 이 집이었다. 마음에 든다며 몇 번을 왔다갔다 하더니 깎고 또 깎아서 가격을 대패질해 버리고는, 실계약은 시동생이 와야 할 수 있으니 일단 가계약을 하자며 백오십만원을 주고 온 상태였다. 하지만 의사 선생은 심란했다.

"그런데 대체 왜 그 집인데?"

"집 들어가면서 쭈뼛 서지 않았어요? 그런 집이, 자고로 돈 붙는 집이라니까요."

"아니, 내 말은."

그의 동생처럼 뭘 쫓아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집안 내력대로 그 역시 뭔가 희미하게나마 보고 느낄 수 있었던 터라, 의사 선생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한둘이 아니던데."

"뭐가요?"

"알면서......"

"한둘이 아니긴. 하나예요, 하나."

"응?"

"그냥 사람 하나 뛰어내린 것 뿐이잖아요."

알면서 그랬다,는 사실에 의사 선생은 입을 떡 벌렸다. 하지만 아내는 태연히 대꾸했다.

"왜요, 아니 조용히 목을 매면 소문이나 안 나지, 그렇게 뛰어내렸는데 소문 안 날 리가 있어요? 그런 집을 찾아서 깎고 깎고 또 깎아서 그 가격에 샀지. 요즘 서울시내 어디서 그 가격에 사요."

의사선생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고개를 가로젓다가, 답지않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흉가를 계약하는 게 어디 있어요! 아무리 싸게 나와도 그렇지!!!!!"







그 시동생이 웬만한 시동생이라면, 형수와 웬수가 되고도 남을 일이었지만.

"......우와."

스물 일곱 살의 청년은 그것이 자신의 집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형수가 투자하려고 샀다는 집을 돌아보며 입을 딱 벌렸다.

"진짜 많다."

"그래요?"

"사람 뛰어내렸다고 그러셨죠? 그게 그럴 만 했어요. 이렇게 원귀가 득실득실한데. 형수, 이 집 안 사는게 좋겠어요. 세입자 죽으면 어떻게 해요."

"아아, 괜찮아요."

동장의 형수는, 답지 않게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도련님 집이니까."



................




"혀, 형수님. 이게 무슨 짓이예요! 전 싫어요!"

"귀신도 잡는 동장님이 겨우 흉가 정도에 이게 무슨 꼴이예요. 어서 다 잡아요."

"그렇게 말씀하신들......"

"이거 도련님 집이고요, 어차피 도련님 지금 서울 못 오니까 여긴 월세를 줄 거예요. 방이 세 개고 마을버스가 있으니 저기 대학교 학생 애들을 받으면 되겠네."

"안돼요, 사람 다쳐요!"

"그러니까."

그는 예전부터, 형수님은 참으로 추진력 있고 강하고 파워풀하고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형수는 여자가 없는 집안에 들어와 바로 집안을 휘어잡고 순식간에 교통정리를 끝냈다. 아마도 반다인 선생이 아줌마가 되면 우리 형수님처럼 되지 않을까. 반 선생에게 호감을 가진 이유의 반정도는, 형수에 대한 호감과 존경이었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상식적으로도 곤란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도련님이 깨끗하게 해 주셔야죠? 원래 귀신 붙은 집은, 사람이 기세로 눌러버리면 돈이 붙는 집이 되는 거예요. 사람을 잡을 것인지 돈을 벌 것인지는 도련님이 알아서 하시고, 이제 이 집은 도련님 거니까 월요일에 같이 은행 가서 대출 신청부터 해요."

"대체 어떻게 저 모르게 계약을 하신 건데요오오오오!"

"......그러니까 인감 증명서 떼어 오라고 했으면, 조심을 해야죠."

형수는 아까 그가 오자마자 "형수님 말씀하신 거요."하고 내밀었던 인감증명을 들어보이며 씨익 웃었다. 동장은 구석구석에 웅크려 앉아있고, 더러는 형광등에 걸터앉아 발만 내밀고 있는 잡귀들을 돌아보며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걸 다 잡으려면 몇 주는 주말마다 서울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동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수는 여기저기 벽면을 줄자로 재어 보며 어디다 포인트 벽지를 붙이고 뭘 수리하면 좋겠다고 뭔가를 계속 적어대는 중이었다.